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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후폭풍]勞 "폐지하라" 산업계 곳곳서 사측과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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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판결 이후 노조 요구 잇따라
기업들 "'정년연장형'은 무효 아냐"
車·중화학 등 노조 입김 센 주요 기업들 진통

[임금피크제 후폭풍]勞 "폐지하라" 산업계 곳곳서 사측과 줄다리기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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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현석 기자, 문채석 기자] 대법원이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산업계 곳곳에서 노사 간 논리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합리적 이유'란 표현을 두고 기업과 노동조합 간 의견 차가 크다. 기업은 임금 삭감 및 인력 퇴출 목적으로 노골적으로 임금피크제만 적용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받아들이고, 노동계는 노조 지도부가 조합원들에게 임금피크제 무효화 및 폐지를 독려하고 있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완성차업계에선 임금피크제가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임금피크제 철폐를 내세운 곳은 현대자동차·기아와 르노코리아다.


현대차·기아는 만 59세부터 임금피크제 대상에 포함된다. 첫 해에는 임금이 동결된다. 정년인 만 60세때는 임금을 종전 대비 10% 감소한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현재 운영 중인 임금피크제를 폐지하고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계해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차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60년대생 조합원들에게는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폐지가 올해 교섭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라고 밝힌 바 있다. 르노코리아 노조도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임금피크제 폐지를 포함시켰다. 르노코리아는 만 54세부터 임금피크제에 포함된다. 매년 임금이 10% 깎이는 구조다. 특히 최근 대법원 판결 이후 현재 시행 중인 임금피크제의 위법 사항이 없는지에 대한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포스코 등 중화학 주요 기업에서도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노사 간 치열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을 위한 소송인단을 모집하는 중이다. 2011년 포스코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땐 정년을 56세에서 58세로 연장하고 59~60세를 정년퇴직 후 다시 채용했었다. 이후 2016년 정년을 60세로 늘리면서 57세부터 호봉 승급을 중단하고, 59세부터는 급여 10%를 깎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이 지급한 400만원의 특별 격려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며 지난달 2일부터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한 달 넘게 점거 중이다. 사측은 최근 노조를 경찰에 고소했고, 노조는 "(투쟁의) 불쏘시개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강경 투쟁을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현대제철 노조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을 골자로 한 임단협 요구안을 사측에 보냈다. 지난해 기본금 인상(7만5000원) 폭의 2배 이상을 요구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9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3회 철의 날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담당 임원이 대응을 하고 있고 잘 협의해서 잘 해결 될 것"이란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놨다. 현대중공업도 지난달 31일 지난해 임금 협상을 마치긴 했지만 노조가 외국인 근로자 채용 반대, 임금 인상 카드를 꺼내게 되면 파업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산업계에선 노동계가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일부 기업이 직원 퇴출 압박용으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법원의 무효 판정을 받을 만한 여지를 주는 사례를 꼼꼼히 검증하기보다 이 참에 '제도 폐지 혹은 높은 임금 획득'이란 협상 지렛대로 쓰고 있다고 우려한다. 법원이 무효 선언을 할 만한 일부 기업의 일탈만 검증하는 게 아니라 노조의 정치적 협상 흥정 활용, 호봉제 직무급제 폐지 같은 거대 담론 논쟁, 내년도 최저임금 등 주요 노동 의사결정 과정에 미칠 영향 등으로 이번 임금피크제 논란이 확대되는 조짐도 보인다.


우선 노동계에 유리한 판결이 나왔으니 여세를 몰아 사측을 압박해 원하는 걸 따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친(親)노동 정권으로 평가받던 문재인 정부가 끝나고 친기업 윤석열 정부로 넘어간 만큼 초반 기선 제압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이 팽배한 상황이다. 제도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보다는 하투(夏鬪) 협상 카드, 나아가서는 최저임금위원회의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 및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노동이사제, 타임오프제(노조 전임자 유급 근무시간 면제) 같은 굵직한 노동 의사결정 판단에까지 영향을 미칠 지도 모른다는 걱정마저 제기된다. 민주노총 뿐 아니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현장 지침을 내려 임피제 무효화 및 폐지를 독려 중인 게 도마에 오르는 까닭이다. 은행권 노조도 소송 제기를 위한 법률 검토를 시작했다.


[임금피크제 후폭풍]勞 "폐지하라" 산업계 곳곳서 사측과 줄다리기 이세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만든 기업 임피제 체크리스트.(자료=대한상공회의소)


법조계에선 노동계의 일방적인 소송 제기 및 제도 폐지 논의 움직임에 대해 자중해야 한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기업도 법원이 '무효 선언'을 할 만한 큰 폭의 임금 삭감 등 운영만 안 한다면 임금피크제를 계속 돌려도 괜찮을 것이란 조언이다. 전날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설명회를 연 법무법인 세종의 이세리 변호사가 만든 '임금피크제 유효성 점검 체크리스트' 유형을 보면 기업이 사내규정보다 높은 임금 수준을 약정한 개별규정 유무, 임금피크제 후 신규채용 확대 또는 고용연장 여부 검증 등 원칙만 지키면 재판까지 가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서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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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해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열어두는 제도인 임금피크제를 없애버리자는 노동계 주장과는 정반대로 호봉제를 뿌리뽑자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논의의 폭이 넓어지고 있기도 하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임금피크제는 연공급체제 아래에서 정년 연장 부담을 완화하고 청년 일자리 감소 등 고용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 혼란과 정년 연장이 일자리에 미치는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직무급 체제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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