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정이 정치범 인질 악용" 비판도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미얀마 쿠데타 군사정권이 전통 새해인 17일 띤잔을 맞아 1600명가량의 재소자를 석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에 반대한 정치범들이나 시위대는 석방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져 국제사회의 비판이 나올 전망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국영TV는 이날 외국인 42명을 포함한 재소자 1619명이 전통 새해를 맞이해 사면돼 석방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군정은 쿠데타를 일으킨 지 2개월여 만인 지난해 전통 새해에 약 2만3000명의 재소자를 석방하면서도 정치범들은 제외했었다. 이날 양곤 외곽 인세인 교도소에서 석방된 한 남성은 AFP에 "정치적 이유로 수감된 이들과 시위대는 풀려나지 않았다"면서 일반 범죄자들만 석방 대상이라고 말했다.
교도소 관계자도 여성 6명을 포함해 약 160명의 재소자가 인세인 교도소에서 석방됐다고 확인하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은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AFP는 보도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부터 교도소 앞에서 친인척들의 석방을 기다렸던 많은 시민이 오후 들어 현장을 떠났다고 통신은 전했다. 19세 딸이 정치범으로 기소돼 3년 형을 선고받았다는 아이 민씨는 딸이 석방되기를 바랐다면서 "딸이 1년 이상 교도소에 갇혀 있다"고 말했다.
국영 TV가 언급한 석방 대상 외국인 42명 중 현재 가택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경제자문역을 지낸 호주인 숀 터넬이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터넬은 경제정책 싱크탱크인 '미얀마 개발 연구소'의 수장을 맡아왔으며 수치 고문의 수석 경제자문역으로 수년간 활동해왔다. 쿠데타 직후 체포된 뒤 공무상 비밀엄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뒤 수감된 상태다. 최근 이임을 앞둔 주미얀마 호주 대사가 쿠데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가 석방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석방 대상에 정치범들이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로이터 통신에 "군정이 정치범들을 인질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얀마 군부는 문민정부가 승리한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2월1일 쿠데타를 일으킨 뒤 반군부 인사들을 유혈 탄압해왔다. 국제연합(UN) 및 인권단체는 지금까지 1700명 이상이 숨지고, 1만3000명 가량이 체포·구금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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