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나토정상회의서 양국 가입 발표 가능성"
러, 발트해상 군사·경제 해상활동 완전 봉쇄 우려
美 "러 전술·저위력 핵배치 위협, 가볍게 볼 수 없어"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러시아가 핀란드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시 발트해 지역에 핵무기를 배치할 수 있다고 위협하면서 유럽의 안보지형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할 경우 러시아는 유럽에서의 군사·경제적인 해상 활동이 전면 봉쇄 처지에 놓이게 된다. 러시아가 말뿐 아니라 실제 핵배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경우 발트해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며 또다른 지정학적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한다면 발트해에 있는 러시아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 핵무기나 극초음속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방어수단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것이 완료되면 발트해 연안의 비핵화 논의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고위 관료가 발트해 지역에 직접적인 핵배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가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은 핀란드와 스웨덴 양국의 나토 가입이 기정사실화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독일 도이치벨레(DW)는 6월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나토 가입이 공식적으로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기존 30개 나토 회원국중 두 나라의 가입을 반대하는 국가는 단 한곳도 없다고 DW는 전했다. 절차가 지행되면 신속하게 가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나토군과 합동훈련도 계속 이어왔기 때문에 유사시 곧바로 합동작전에 참여할 수 있는 전력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할 경우 발트해상에서의 모든 해상활동을 봉쇄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BBC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겨울철에도 이용이 가능한 유일한 부동항은 폴란드 북부에 위치한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 위치해있다. 지금까지는 핀란드와 스웨덴이 중립을 유지해 러시아 군함의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했지만, 양국이 나토에 가입해 다른 가맹국들과 함께 발트해 봉쇄에 나설 경우 항행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미국은 러시아의 핵배치 위협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해 즉각 우려를 나타냈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조지아 공과대학교에서 가진 연설에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지도부가 그동안 전쟁에서 겪은 군사적 좌절을 감안하면 러시아가 전술핵무기, 혹은 저위력(Low-yield) 핵무기를 배치해 위협할 가능성은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만 아직까지는 이와 같은 우려를 뒷받침할만한 실질적인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 약 2000기 이상의 전술, 저위력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전력이 실제 발트해 등 국경지역에 배치될 경우, 발트해 전역이 과거 냉전시기처럼 서방과 러시아간 핵전력 대치가 심화되면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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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즈 국장도 미 정부가 핵전쟁으로의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의 군사개입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에서 3차대전이 일어나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이로인해 앞서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거나 옛 소련 전투기를 우크라이나로 보내자는 폴란드의 계획 등도 수용되지 못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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