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완치됐는데 머리가 '멍'… "치매환자 뇌세포와 비슷"

'미세아교세포' 변화 발견돼

한 남성이 서울역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나예은 기자] 코로나19 확진자 4명 중 1명이 완치 후에 겪는다는 '브레인 포그(Brain fog)' 증상이 암 환자와 같이 독한 약물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받은 사람이 겪는 '인지장애(Chemo brain)'와 다르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7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스탠포드 대학의 신경과학자 미셸 몬제 박사는 코로나19 확진 이후 '브레인 포그'를 경험한 사람들과 '케모 브레인(chemo brain)'을 가진 사람들의 유사성을 관찰했다.

브레인 포그는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해 집중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지고 우울해지는 증상이며, 케모 브레인은 항암제와 같은 독성이 강한 약물이나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인지기능 저하 현상을 말한다.

미셸 박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보이는 '멍한 안개' 현상이 코로나19를 감기처럼 가볍게 앓은 코로나19 환자의 뇌에서도 똑같이 발견됐다.

아울러 연구팀은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와 코로나19에 의해 인지 장애 증상이 생긴 환자에게서 동일한 뇌 염증 신호를 발견했다. 연구팀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쥐,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 9명의 부검 조직, 코로나19에 의해 인지 장애 증상이 생긴 48명의 환자 등 세 그룹을 비교한 결과 세 그룹 모두에서 '뇌 염증' 신호를 발견했다.

특히 뇌 속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백질 '미세아교세포(Microglia)' 반응성의 변화가 세 그룹에서 동일한 패턴으로 나타났다.

미세아교세포는 뇌에서 발견된 해로운 물질을 처리해 뇌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미세아교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뇌 신경세포의 손상을 일으켜 우울증이 심해지고, 미세아교세포가 특정 단백질을 처리하는 기능이 떨어지기만 해도 치매의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몬제 박사의 연구 결과 가벼운 호흡기성 증상만 겪은 코로나19 환자도 뇌에 심각한 다세포 조절 장애를 일으켜 미세아교세포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연구는 아직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았다. 몬제 박사 연구팀은 "암 환자 치료 부작용에 관한 (기존) 연구가 코로나19로 인한 브레인 포그 증상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예은 기자 nye870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