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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냐 잔류냐'…탈러시아 압박받는 삼성전자 등 韓 기업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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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300곳 러시아 떠나…韓 기업은 0곳
글로벌 불매운동 휩싸일까 전전긍긍
전문가 "단순 철수 답 아냐"…대비책 필요

'철수냐 잔류냐'…탈러시아 압박받는 삼성전자 등 韓 기업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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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인텔·테슬라 등 글로벌 주요 기업이 잇따라 ‘탈(脫) 러시아’ 행렬을 이어가며 삼성전자·현대차 등 국내 기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보이콧 차원에서 철수를 선언하자니 그간 공들여온 시장을 놓치게 돼 아깝고, 잔류하자니 글로벌 불매운동 등에 휩싸일 상황에 놓인 것.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진퇴양난’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한 기업들의 대비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생한 이른바 글로벌 사회의 ‘철수 압박부터 공급망 대란’까지 이 같은 악재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대외 불확실성에 크게 흔들리는 한국 경제 특수성을 감안해 이번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300 vs 0… 러시아 못 떠나는 韓 기업= 16일 재계 및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약 300개의 다국적 기업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다. 러시아 스마트폰시장의 15% 점유율을 가진 애플부터 구글·GM·인텔·도요타 등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잇따라 ‘탈러시아’ 전선에 합류한 상태다.


특히 전쟁이 장기화되며 그간 러시아 시장 잔류를 선언했던 글로벌 기업도 시장에서 속속 철수를 선언하고 있다. 유니클로부터 스타벅스, 코카콜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전쟁 초반만 해도 자신들의 사업이 생활필수품임을 강조하며 철수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서방을 중심으로 한 반발 여론과 타지역 사업, 평판 실추 등을 초래할 것이란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철수를 택했다.


반면 한국 기업들 가운데 러시아 철수를 선언한 곳은 아직 단 한 곳도 없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수십 년간 갖은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만큼 섣불리 철수를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가 있는 측면이 크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러시아에서 세탁기, 냉장고 등 주요 가전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이 30%로 애플의 2배에 달한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직접 제품 판매 중단 등을 요청했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삼성전자는 해상 물류 차질로 인해 러시아로 향하는 수출 물품 출하는 현재 잠정 중단한 상태다.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다른 국내 주요 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 역시 러시아 압박을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판매 금지 및 사업 철수를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이나 다른 글로벌 기업과 달리 국내 주요 기업들은 현지에 공장을 많이 두고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상당한 비용을 투자한 공장이 현지에서 고용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철수를 결정할 경우 타 글로벌 기업과 달리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괘씸죄’에 걸릴 우려가 크다는 부담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단순히 다른 글로벌 기업이 철수했다고 우리도 철수해야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많은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해당 사안은 더욱 신중하게 검토하고 결정될 문제"라고 말했다.


◆"단순 철수 능사 아냐… 보완책 필요"= 전문가들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글로벌 기업의 ‘탈러시아’ 행렬에 국내 기업이 동참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사태에서 불거진 우리 산업계의 취약점에 대해선 근본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언제든 이번 사태와 유사한 일이 우리 산업계에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리 산업계가 받은 영향은 상당하다. 주요 기업의 철수 압박은 물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각각 의존했던 나프타, 네온 등 주요 원자재 공급망 이슈가 대표적이다. 특히 일부 기업의 경우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송금 제재 등으로 대금 결제 불가 등에 처해 상황이 더욱 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과거 미·중 갈등 구도에서 불거졌던 ‘공급망 리스크’와 같은 맥락에 있다"며 "공급망이 안보와 결합해 있다는 인식을 갖고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놓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했다고 해도 당장 중국이나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는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종합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가 곧 안보라는 생각으로 정부가 고민과 논의를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도 "철수가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중국·러시아 시장의 경우 리스크 관리가 되는 방면에서 사업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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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중국 등 서방과 잦은 충돌이 있는 시장을 글로벌 시장과 별개로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분에서 시작된 문제가 전체로 번지는 위험을 감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러시아나 중국 등을 글로벌 시장이 아닌 별개의 시장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서방과 언제든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변수가 있는 만큼 더욱 전략적인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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