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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베이징 올림픽이 남긴 외교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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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베이징 올림픽이 남긴 외교적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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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간 전 세계 선수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폐막되었다. 올림픽은 전 세계가 함께 즐기는 스포츠 축제이기도 하지만 선수들이 국가를 대표하여 출전하기 때문에 국가 간 경쟁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미국 대표팀 안톤 오노 선수의 ‘할리우드 액션’ 논란으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놓치게 된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반미 감정이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그해 6월 주한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압사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반미 감정은 더욱 확산되었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미중 전략경쟁의 국제정치적 환경 속에서 열렸기 때문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이 ‘외교적 보이콧’의 선언하는 등 개최 전부터 국제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올림픽이 개최된 이후에는 개최국인 중국에 유리한 ‘편파판정’ 논란이 발생하면서 갈등은 더욱 증폭되었다. 특히 한국의 강세종목인 쇼트트랙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실격을 당하고 중국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개최국인 중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의 편파판정은 향후 한국외교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이미 한국사회에서는 20~30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중국의 문화공정 등의 국수주의적 태도에 대한 비판적인 정서가 확산되어 있었다. 이번 올림픽은 이와 같은 반중정서에 기름을 부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올림픽이 20대 대통령 선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기에 열리면서 유력한 대선후보들이 모두 반중정서에 일정정도 공감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주한중국대사관은 "일부 언론과 정치인이 반중정서를 선동한다"고 이야기하며 중국의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향후 한국 외교의 핵심적인 과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보다 치열해질 전략적 경쟁 속에서 한국의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찾아내는 일이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외교전략은 더 이상 국제정치적 관점에서만 선택되는 일이 아니다. 외교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국제 정치와 국내 정치의 연계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이 한국 외교의 국제정치적 환경이라면 반중정서의 확산은 한국 외교의 국제정치적 환경으로 향후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외교는 이제 이와 같은 이중적인 정치적 환경에서 ‘양면게임’을 수행해야 하는 전략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국내정치적 이유로 외교적 문제를 다루면 안 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국제정치와 국내정치는 이미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이를 엄격하게 분리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반중정서가 계속적으로 확산된다고 하면 반중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외교적 선택은 국내정치적 기반을 심대하게 침식할 것이다.


반대로 반중정서를 활용하여 국내정치적 기반을 확립하려고 한다면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선택지를 보다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사회 내에서 향후 한국의 국제적 지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 내는 일이 대외적인 전략적 선택보다 우선되는 과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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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환 울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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