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51일만에 등판..내홍 국힘과 대비효과 노린다

李 구원등판에 뭉치는 與
선대위 출범 51일만에 회동
호남 지지율, 여권 총결집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이재명 대선후보와 전격 회동한다. 두 사람의 만남은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직후 51일만이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두달여 간 잠행을 이어온 이 전 대표가 등판 시점을 이날로 택한 건 ‘당 대표 선대위 사퇴’ 등 내홍을 겪는 국민의힘과의 대비 효과를 극대화 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확실한 ‘원팀 기조’를 통한 안정적 국정운영 능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호남 민심을 결집하고 수개월째 정체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에 ‘적기’라는 판단이 깔린 것이란 해석이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 만나 오찬을 함께 한다. 이날 회동은 이 후보의 요청을 이 전 대표가 수용하면서 전격적으로 이루어지고 발표됐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표의 주도적 선대위 활동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측에서는 비서실장인 오영훈 의원, 이 전 대표 측에서는 측근인 윤영찬 의원이 배석했다.

협조도 비협조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거리를 유지해오던 이 전 대표의 재등장은 여권 총결집을 위한 ‘마지막 퍼즐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 민주당에선 최근 이해찬 전 대표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잇따라 이 후보 지원에 나섰지만, 이 전 대표만 ‘두문불출’한 기간이 길어지며 ‘등판 시기나 여부’를 놓고 관심이 집중돼왔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대선 민심이 고착되기 시작하는 설까지는 이 전 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시각이 있었는데, 적기에 등판함으로써 지지율 박스권 탈피를 위한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대립했다. 이 후보가 최종 득표율 50.3%로 대선후보에 당선됐으나, 39.1%를 얻은 이 후보 측 지지자들이 결선 투표를 요구하면서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경선 불복 파동이 일기까지 했다. 당내 경선 직후인 지난 10월 24일 두 사람은 서울 인사동 찻집에서 회동했고 지난달 2일 선대위 출범식에서도 만났다. 하지만 선대위 상임고문인 이 전 대표는 출범식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후보의 지난 호남 순회 일정 중 이 전 대표 고향인 영광에서 ‘극적 만남’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불발됐다. 이를 둘러싸고 ‘앙금이 남아 있다’, ‘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식의 해석이 뒷따랐다. 이 전 대표가 전국을 순회하며 지지자들을 물밑에서 다독이는 일정을 수개월째 이어가면서 등판을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선 제기됐었다. 이재명 선대위 대변인인 박성준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경선·본선 과정에서 상당히 논란과 아픔이 있었는데 그것을 보듬어주고 또 하나 된 힘으로 가는 과정들이 또 필요하다"면서 "이번 만남을 통해 유권자들과 그런 마음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