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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핸들 잡기 무서워"…도로 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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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사회' 접어들면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문제 부각
지난 2019년 고령 운전자 사망 사고 건수, 전체 46% 차지
정지 시각·반응 속도 등 감퇴…'방어 운전' 힘들어
'초고령 사회' 日서도 사회적 문제…여러 제도 마련
국내 '면허 반납률' 1~2%대로 아직 미미해
전문가 "제도 개선뿐 아니라 도로 교통 시설도 개선해야"

"나도 핸들 잡기 무서워"…도로 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아찔' 고령 운전자들의 빈번한 교통사고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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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경기 부천시에 거주하는 사회복지사 A씨(59)는 평일 오전 차량을 운전해 출퇴근을 한다. 벌써 수년째 반복해 온 일이지만, 최근 A씨는 운전대를 잡기 망설여진다고 한다. 노환으로 인한 시력 저하를 몸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안경을 써도 가끔 표지판 숫자가 잘 안 보인다. 그럴 때면 핸들을 잡는 게 겁이 날 지경"이라며 "언제까지 자가용을 끌고 다닐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국이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고령 운전자' 문제가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시력, 순발력 등 신체 기능이 저하하기 시작하는 고령층은 운전 중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초고령 사회를 맞이한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관련 제도가 정비된 상태다. 국내에서도 다가올 고령 운전자 시대를 맞이해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체 기능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교통사고에 더 취약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인구는 총 5178만명이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로 분류되는 인구는 약 813만명(15.7%)이다. 한국 사회는 국제연합(UN) 고령 사회 기준(14%)을 진작에 초과한 상태다.


국가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사회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고령층 인구도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매일 운전을 하는 '고령 운전자' 숫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 수는 229만4058명이었다. 이 숫자는 지난 5년간 꾸준히 늘어 지난해 8월 기준으로는 358만2667명의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소지했다.


"나도 핸들 잡기 무서워"…도로 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아찔' 한국교통연구원 연구 결과, 65세 이상 고령층은 젊은 연령층에 비해 물체 인지 능력, 반응 속도 모두 감퇴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연합뉴스


고령 운전자는 젊은 운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2018년 발표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감소방안' 보고서를 보면, 정지해 있는 물체를 파악하는 능력인 '정지 시력'은 통상 40세부터 저하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에 이르면 정지 시력은 30대의 8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동하는 물체를 인지하고 반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 또한 고령층이 비고령층에 비해 약 20%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 중 특정 물체를 식별하고, 이에 대응하는 '방어 운전' 능력이 감퇴한다는 뜻이다.


고령 운전자 사망자 수, 전체의 46% 차지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분석시스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 건수는 지난 2015년 총 2만3063건에서 2019년 3만3239건으로 늘어났다. 4년 사이 144%가량 증가한 것이다.


특히 2019년의 경우,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약 46%를 차지했다. 국내 고령자 인구 비율(15.7%)의 무려 3배 수준이다.


"나도 핸들 잡기 무서워"…도로 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아찔' 지난 521일 오후 1시35분께 경기 포천시에서 8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 1대가 은행 건물을 향해 돌진해 고객 1명이 다쳤다. / 사진=연합뉴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운전자뿐 아니라 주변 시민들에게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일례로 지난 5월 경기도 포천에서는 80대 고령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은행으로 돌진해, 손님 중 1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운전자는 차량이 급발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고령으로 인한 운전 미숙일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차량의 사고 기록 장치를 분석해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 4월30일에는 서울 서초구에서 8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도로 인근 미용실로 돌진해 한 명이 숨지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차량은 오토바이 3대와 차량 1대를 들이 받았고, 미용실에 있던 30대 여성 손님이 차량에 깔려 큰 부상을 입었다. 손님은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끝내 숨졌다.


'초고령 사회' 日선 이미 관련 제도 정비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에서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큰 사회적 문제 중 하나로 알려졌다. 일본은 전체 인구의 약 28%가 고령층으로, 이미 초고령 사회(20%) 기준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고령 운전자가 매우 흔한 일본에서는 노인 운전자가 운전 중 역주행을 하거나, 갑자기 의식을 잃어 대형 사고를 내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NHK 방송' 등 일본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간) 일본 아이치(愛知)현 한 교차로에서는 7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어린이들을 덮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인해 어린이 10명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고, 운전자 또한 의식불명의 중태에 빠졌다.


"나도 핸들 잡기 무서워"…도로 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아찔' 전체 인구의 약 28%가 고령층인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 중 하나다. / 사진=연합뉴스


일본 내각부가 펴낸 지난해 '교통안전백서'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75세 이상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들의 숫자만 4463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렇다 보니 일본에서는 이미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고령 운전자 전용 운전 면허증'을 제도화했다. 이 제도에 따르면, 75세 이상 운전자는 운전면허 갱신 시 의료 전문직원에게 인지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에서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낮다는 판정을 받으면 별도의 의사 진단서를 받아야 갱신이 가능하다.


또 안전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강화하고, 고령 운전자의 시각·인지능력을 자체 점검할 수 있는 전문가의 운전 강습을 지원하고 있다. 고령층의 운전 면허증 자진 반납을 유도하기 위한 캠페인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전문가 "운전 능력 평가·교통 시설 개선으로 운전 결정권 보장해야"


국내에서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를 자발적으로 반납 받는 '고령운전자 면허증 반납제도'를 운영 중이다. 만 65세 이상 고령자가 본인의 운전면허증을 자진해서 반납할 경우, 최초 1회에 한해 10만원이 충전된 선불 교통카드나 지역화폐를 제공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재까지 면허 반납률은 다소 소극적인 편이다. 지난해 8월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면허 반납자 수는 4만2175명으로, 반납률은 약 1.2%에 불과했다. 하반기까지 두배로 늘어난다고 해도, 1년 전인 2019년(2.2%)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나도 핸들 잡기 무서워"…도로 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아찔' 고령 운전자의 시력 등을 고려해 도로 표지판의 글자 크기를 확대하는 등, 도로교통시설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U턴' 표지판. /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는 제도뿐 아니라 도로교통시설 또한 고령 운전자의 안전을 고려해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병관 경기연구원 교통물류연구센터 연구위원은 "고령자의 승용차 통행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이를 대비한 교육 및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직접 운전하기를 원하는 고령운전자를 고려해 도로시설을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각 기능 측면에서 도로표지의 적정 글자 크기를 확대하고, 야간 조명기능을 강화하거나, 별도의 조명시설을 설치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교차로 진입 이전에 차로이용 노면표시, 유도표지 등 안내판을 살치하는 방안도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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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고령 운전자의 이동권과 운전 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고령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평가하고, 이를 고려해 운전 결정권을 보장하는 적절한 시스템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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