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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일의 문화수다] 한국 비평계의 세계화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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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일의 문화수다] 한국 비평계의 세계화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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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니 올해로 환갑을 넘겼다. 1살로 다시 태어났다, 는 몸가짐 마음가짐으로 지내왔다. 그 덕분인지 우리네 일상이 되다시피 한 코로나-19 와중에도, 나름 건강하게 견뎌올 수 있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안주하지 않는 삶, 공사 구분과 더불어 내 삶의 으뜸 가치가 범사에 감사, 인지라 얼마나 고마운 2021년이었는지 모르겠다.


워낙 무계획적인 부류건만, 2살 이후의 삶을 한창 계획하고 있다. 실은 크고 긴 호흡으로, 향후 5년 내지 10년을 설계 중이다. 언제부터인가 ‘글로컬 컬처 플래너 & 커넥터’(GCPC)요 ‘퍼블릭 오지라퍼’(P.O.)를 자처해온 문화콘텐츠 전문가로서 그 정체성에 부응할 구상도 하고 있다.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소파 방정환 영화 프로젝트 기획 등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나, 그중 하나가 한국 비평계 전반의 ‘세계화’(Globalization)다.


우리네 평론가들은 우물 안 개구리인 감이 없지 않았다. 나만 해도 그렇다.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인 칸영화제를 1997년 첫 방문한 이래 2017년까지, 1999년을 빼고는 20회나 다녀왔건만, 국외 매체에 원고를 기고·게재한 적이 없다. 아예 그런 시도를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매년 적잖이 썼던 원고들은 죄다 국내용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언어 장벽 때문이었을까. <스토커>(2012)와 <설국열차>(2013), <라스트 스탠드>(2013)로 일찍이 할리우드에서 작업했던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그 누구도 언어의 한계를 토로한 적이 없지 않은가. 네이티브 스피커의 도움을 받아 평문 한 건 열심히 써서 보냈다면, 어느 매체인들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겠는가. 바야흐로 인터넷 시대에….


2009년부터 8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에 몸담고 있으면서 적어도 수십 개 해외 도시에 출장을 다녀왔다. 돌이켜보면 그놈의 영어 때문에 고생은커녕 불편을 겪은 적은 거의 없었다. 영어를 그만큼 능숙하게 해서는 아니다. 외국인으로서 외국어에 서툰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같은 자신감 내지 뻔뻔함 덕분이었다.


미국 선댄스영화제 포럼 프로그램에 참여해 세계의 숱한 영화인들 앞에서 발표를 하며 식은땀을 흘리기도 했으나, 포기하지 않았다. 채프먼 대학 한 영화 강의를 참관하다 임권택 감독 관련 즉석 특강연을 제의받았을 때도, 영어 반 우리말 반을 써가며 30분가량 완주했다. 어느 나라에서는 영어로 방송국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2010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그을린 사랑>의 드니 빌뇌브 감독을 만나서는 유쾌한 담소를 나누며, 그해 부산영화제 방문을 적극 권하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이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더 잘 해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자, 등의 주저·욕심이 작용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럴 필요를 절실히 느끼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근본적으로 급변 중이다. K-팝의 선두주자 BTS와 블랙핑크를 필두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윤여정 조연의 <미나리>, 황동혁 감독 이정재 오영수 주·조연의 <오징어 게임> 등 2∼3년 새 소위 ‘한류’(K-Wave)가 명실상부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지 않은가. 이제 한국 평론계도 그 현상에 ‘동참’해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편승’이 아니라….


당장 할 수 있을 기여는, 한류 담론에 전격적으로 뛰어들어 그 논의들을 정교화·심층화시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주변에서 적잖이 들어온 핀잔 혹은 권유는, 국내외의 어중이떠중이들이 K-콘텐츠에 관해 마구잡이로 떠들어대고 쓰고 있는데, 명색이 영화 비평가요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콘비협) 회장이라는 작자가 대체 뭐하고 있냐는 거다. 직무유기 아니냐는 거다. 수긍하지 않을 수 없을 지적들이다.


도진개진일 수 있으니, 남들의 수준에 대해 거론하지 말자.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는 다짐으로 지난 4월 ‘크리튜버 전찬일TV’를 개국해 유튜브를 시작했다. 지금은 중단한 채 숨을 고르고 있는지 몇 달째다. ‘전찬일 이덕일의 종횡무진: 영화와 역사를 탐하다’도 그렇고, ‘찬스무비’도 그렇고 그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폐국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어떻게든 살려 지속시킬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다.


10월 중순 촬영한 천도교 인내천지도자아카데미 강의에서, “<기생충>과 BTS, <오징어 게임> 등 역사적 한류 콘텐츠는 무엇보다 ‘인간사랑’과 ‘인간존중’ 등에서 동학의 사인여천·인내천 사상 등 시쳇말로 ‘휴머니즘’과 연결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11월에는 창원국제민주영화제와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특별 프로그램에서 역시 상기 역사적 세 대중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류의 문명사적 의미”와 “왜 세계는 K-콘텐츠에 홀렸을까?”를 진단·역설했으며, 12월 초 부안군에서 열린 동학 관련 컨퍼런스에서는 동영상(Moving Images)을 중심으로 “동학(농민)혁명과 문화콘텐츠, 그리고 한류”의 관련성을 짚은 것도 다 그런 한류 관련 논의에 기여하겠다는 결심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몇몇 활동들이다.


상기 콘텐츠들은 물론 국내용이었다. 제반 여건상 영어 등 외국어 자막을 서비스하는 데까진 나아가지는 못했다. 그러나 강연이건 글이건 유튜브 방송이건…향후 글로벌화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참이다. 혼자만이 아니라 다각적 ‘개방 협력’(Open Collaboration)을 통해. 콘비협이나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 등 적당한 파트너 단체들도 있다.


마침 2020년 세계 게임 시장에서 4위를 기록했다, 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순위라는데, 전년에 비해 한 계단 올라 영국을 제쳤단다. 점유율은 6.9%. 세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1.7% 증가한 2096억5800만달러인바, 국내 매출액은 21.3% 늘어난 18조8855억원이란다. 수출액 또한 81억9356만달러(한화 약 9조6688억원)로 23.1% 상승했단다.


이쯤 되면 그 교육적·문화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 게임 관련 논의도 전격 개발해야 하는 거 아닐까. 그저 돈벌이에 만족하지 말고. 푼돈이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세계 무대를 염두에 둬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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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일 영화평론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 중앙대학교 글로벌예술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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