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말 전분기 대비 하락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RBC)비율이 하락하고 있다. 후순위채 발행 등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제로금리 시대가 끝나면서 채권 평가이익이 줄어 RBC비율 하락 추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들의 9월말 RBC비율이 줄줄이 하락했다. 삼성생명의 9월말 기준 RBC는 311.3%로 전분기 333.1% 대비 21.7%포인트 감소했다. 한화생명도 전분기 대비 8.5%포인트 감소한 193.5%를 기록했으며, 교보생명은 285.0%에서 283.6%로 소폭 줄어들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삼성화재 RBC비율이 322.4%에서 314.7%로 7.7%포인트 감소했다. 상반기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한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은 그나마 RBC비율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각종 리스크로 인한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자본인 ‘가용자본’을 각종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의 손실금액인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업법에서 100% 이상을 유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금리 인상이 RBC비율을 더욱 끌어내릴 것으로 예측된다. 금리가 인상되면 채권 가격이 하락해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 채권은 평가이익이 감소한다. 줄어든 채권 평가이익은 고스란히 자본에 반영돼 RBC비율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RBC비율이 낮거나 보유 채권의 회계상 분류를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전환한 보험사들의 경우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부담은 더욱 커진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기에는 이익잉여금 증가만으로 RBC 비율을 맞추기 쉽지 않기 때문에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 증권발행을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연구원은 '금융불균형 완화 정책과 보험산업'에 관한 보고서에서 “금융당국과 중앙은행의 불균형 완화 정책은 자금흐름과 자산의 가격 및 리스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보험회사는 저축성 및 투자성 보험의 수요, 자산운용 및 자본관리 측면에서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융불균형 완화 정책으로 금융당국은 가계 대출 총량 관리를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은행도 금융불균형 완화에 비중을 두어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인상할 가능성을 예측했다.
경제주체의 수익률 추구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유동성 증가율 둔화, 자금 단기화 현상 완화, 위험자산 하방리스크 확대 등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또 위험자산 선호 하락으로 인한 회사채 금리 상승으로 인한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간 금리차이) 확대, 대출 연체율 증가, 장기 국채 금리 상승 등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장기 국채 금리 상승과 신용 스프레드 확대로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의 발행조건은 악화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 자본인정비율은 100%다. 반면 후순위채 자본인정비율은 잔존만기 5년 이내 시 매년 인정금액이 20% 차감된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대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최근 수 년 간 확대했던 운용자산의 신용리스크를 축소시키고, 장기 국공채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며 "가계 대출의 경우 신용대출의 리스크를, 기업 대출의 경우 취약기업의 상환 능력 및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리스크도 주의 깊게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