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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현장도 무시…우주개발 발목 잡는 건 누구?[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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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개량사업 '보류'한 예비타당성조사 결론 살펴 보니

대통령도 현장도 무시…우주개발 발목 잡는 건 누구?[과학을읽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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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대통령의 정책 결정과 현장의 의견이 관료주의에 의해 무시당했다."


최근 공개된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 즉 누리호 개량 사업을 보류시킨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를 입수해 검토한 후 느낀 결론입니다.


정부는 내년 5월 2차 발사로 마무리되는 누리호를 개량해 우주 발사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로 2조200억원 규모의 개량 사업, 즉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누리호는 현재 1.5t 규모의 위성을 600~800km의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성능 밖에 안 됩니다. 신뢰도를 높이고 성능을 개량해야 우주 발사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2030년 달 착륙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인데, 현재의 누리호로는 감당할 수 없지만 개량 사업을 통해 성능을 높여 830kg 무게의 달착륙 탐사선을 달 전이 궤도에 올릴 수 있다는 계획도 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누리호 1단부 엔진 3차 종합 연소시험에 참석해 이같은 계획을 공식화하기도 했죠.


그러나 이같은 고도화 사업은 지금 표류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주도로 실시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추가 발사 사업 예산 6800여억원만 통과되고 나머지 1조5000억원대의 개량 사업 예산은 보류됐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도 현장도 무시…우주개발 발목 잡는 건 누구?[과학을읽다]


조사보고서를 보면 한국 우주 정책의 문제점, 즉 예타 제도라는 관료주의의 비효율성, 민간인 비전문가들의 정치적 판단이 현장을 무시한 채 결정을 좌우한다는 그동안의 비판 지점이 그대로 드러나 보입니다. 우선 보고서는 개량 사업에 대해 "필요성은 존재한다"면서도 "최종 성능 검증이 완료되지 않은 현 시점에 성능 고도화를 추진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현장 연구개발자들의 말은 전혀 다릅니다. 기술 연구 개발은 연속성이 필수라 1차, 2차 발사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꾸준히 개량 사업과 관련된 연구개발(R&D)이 진행되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장 이번 보류 때문에 발사체 제작ㆍ조립 인력을 제외한 R&D 인력들은 내년까지 서류작업에만 매달려 있어야 합니다. 엄청난 시간ㆍ인력ㆍ예산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누리호 1차 발사가 대단한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수많은 실패가 노정돼 있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최대 2년간의 시간 낭비가 예상됩니다. 자칫 개발 일정이 지연될 경우 2030년 달 착륙 탐사선을 차기 발사체를 이용해 발사하겠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되죠.


보고서에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내용도 있습니다. 보고서는 "대규모 예산 투입이 필요하고 현재 시점에서 다양한 불확실성이 있음을 고려할 때 개량형 한국형 발사체의 개발 방향 및 개념 설계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습니다. 이미 문 대통령이 고도화 사업을 공약한 상태에서 장기적·연속적·안정적 투자가 필요한 연구 개발의 특성, 전문가들을 놀리지 말아 달라는 연구 현장의 의견마저 무시한 채 '공감대 형성', '다양한 불확정성'을 이유로 사업을 보류시킨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보고서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니 차기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결정하자"라는 얘기로 읽힙니다. 10월 1차, 내년 5월 2차 발사를 끝낸 후, 즉 내년 대통령 선거 이후에 결정하자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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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문 대통령은 의문의 1패를 당했고, R&D 인력은 허송세월하고 있습니다. 한국 우주 개발 정책이 이미 1년 이상 지체됐습니다. 기왕 수십년의 시간ㆍ노력과 엄청난 예산을 투자해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한국은 최대한 서둘러 경쟁력있는 발사체를 개발해 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데 발목이 잡혔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예타라는 관료주의와 비전문가들의 정치적 판단 이 우주 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을 실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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