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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갈등만 커져" vs "포퓰리즘" 대선 앞두고 들끓는 '여가부 폐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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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대선 경선 후보들 잇따라 '여가부 폐지' 주장
여가부 출범 20년…규모 확장·축소 반복
복지부 예산의 10분의 1, 업무 폭 넓어 한계 지적
전문가 "여가부, 정부 전체 예산의 0.2% 사용"
"성차별 사라져야 폐지 논의할 수 있어"

"성갈등만 커져" vs "포퓰리즘" 대선 앞두고 들끓는 '여가부 폐지론' 국민의힘 유력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청년 공약'의 일환으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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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잇따라 '여성가족부(여가부) 폐지론'을 주장하면서, 여가부 존폐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부처의 역할이 사실상 유명무실하며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반면 사회적 약자를 돕는 여러 사업을 진행하는 부처를 무턱대고 폐지하는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여가부 폐지를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 문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21일 청년 공약의 일환으로 여가부 폐지 및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여가부가 양성평등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홍보 등으로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며 "다양성을 포용하고 남녀의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고 업무 및 예산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에서 '여가부 폐지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또 다른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또한 지난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여가부가 과연 따로 필요한가"라며 여가부가 담당하는 정책을 각 분야에 맞게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법무부 등으로 분할하며 더욱 효율적인 행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또한 당시 대구 청년 창업자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가부가 지금까지 꾸준히 예산을 받아서 활동했음에도 지난 10년간 젠더갈등이 비약적으로 상승해 왔다"며 "지금 형태로 계속 존재해야 되는지 의문을 제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갈등만 커져" vs "포퓰리즘" 대선 앞두고 들끓는 '여가부 폐지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여가부에 대해 "꾸준히 예산을 받아 활동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젠더갈등만 상승해 왔다"고 비판한 바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야당 대권 주자들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여당에서는 즉각 반발이 나왔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시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특정 성별 혐오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발상은 아닌지 걱정된다"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 또한 당시 "출발선이 다른 데 기회의 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이미 평등이 아니다"라며 "여가부 폐지 공약이야말로 성평등 실현의 가치를 무시하고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출범 후 20년 간 확대·축소 반복


여가부의 존폐 여부를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출범 이후 약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여가부는 극적인 변화를 겪어왔다.


여가부는 지난 2001년 김대중 정부 당시 '여성부'라는 이름으로 처음 신설됐다. 이후 4년이 지난 2005년에는 가족 복지 관련 업무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됐다.


"성갈등만 커져" vs "포퓰리즘" 대선 앞두고 들끓는 '여가부 폐지론'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지난 1997년 12월19일 일산자택을 나서던 김대중 당시 대통령 당선자와 부인 이희호 여사.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1년 여성부를 신설, 국내 여성 정책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제17대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축소하고, 여성 업무만 전담하는 여성부로 되돌렸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여가부를 겨냥해 "여성 권력을 주장하는 사람들만의 부서"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당시 여성부는 예산 1조1994억원에서 539억원으로 약 90% 이상 축소되는 등 뭇매를 맞았다.


여가부는 지난 2010년 박근혜 정부가 다시 가족 관련 사업 일부를 추가하면서 재차 여성가족부로 명칭이 변경됐고,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다사다난한 시기를 겪은 만큼, 여가부는 부처 규모도 작고 역할도 불분명하다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오는 2022년 예산안 기준 여가부 예산은 총 1조4115억원으로, 보건복지부(96조9377억원)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직원 수는 약 260명으로 정부 부처 중 가장 작은 수준이지만, 역할은 매우 다양하다. 디지털성범죄 및 여성 폭력 대응, 자녀양육 지원 및 가족 서비스, 경력단절 여성 취업 지원 등 정책을 맡고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부처 규모와 예산에 비해 폭넓은 업무를 맡고 있다 보니, 국민은 여가부로부터 받는 혜택을 거의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갈등만 커져" vs "포퓰리즘" 대선 앞두고 들끓는 '여가부 폐지론' 지난해 12월 여론조사기관 '더 리서치'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여가부에 부정적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여론조사기관 '더 리서치'에 의뢰해 성인남녀 99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가부에 부정적 의견을 가지고 있다며 답한 응답자는 72.3%에 이르렀다. 특히 남성(71.4%)보다 여성(74.3%)이 여가부에 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전체 예산의 0.2% 쓰는 여가부…폐지 논의 일러"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가부 폐지론'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20대 직장인 A씨는 "솔직히 여가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셧다운제' 논란만 봐도 그렇다. 아이들이 게임 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과 여성 인권 사이에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이렇게 애매한 역할이라면 차라리 폐지하고 진짜 여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에 집중하는 게 낫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회사원 B(28) 씨는 "현재 여가부는 경력 단절 여성 지원, 가출 청소년 지원, 한부모 가정 지원 등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오히려 예산을 늘려주지는 못할망정 쓸모가 없으니 폐지하자고 한다. 이게 포퓰리즘이 아니면 뭔가"라며 "부처가 폐지되고 나면 이 사람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될 텐데, 아무런 대안도 없이 그냥 없애고 보자는 건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는 여가부가 국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기에는 예산 규모가 지나치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은 "여가부는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0.2%가량을 쓰고 있다.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는 이야기가 나오기에는 예산 규모나 권한의 수준이나 부처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정치권에서는 종종 여가부 폐지론이 나오는데 이는 선거용 지지자 결집의 의도에 더 가깝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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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여성, 청소년, 가족 등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는 거의 모든 국가가 다 있다. 물론 언젠가는 (이런 부처가) 없어지는 것이 더 긍정적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것은 여성 차별이 사라졌을 때의 이야기이고, 안전·고용·정치사회문화 등에서 성차별이 남아있는 현재는 적절한 시기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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