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조각가 송필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연다.
조각가 송필은 힘겨운 현대인의 일상과 삶의 무게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 전시제목은 ‘Beyond the Withered’로 생명의 무한한 순환성을 암시한다. 사전적으로는 ‘말라죽었거나 시든 상태의 너머’를 가리킨다. 결국 지금의 시듦이 끝이 아니라, 그 너머에 새로운 희망이 순환될 것이란 뜻이기도 하다.
작품의 주제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이번 전시에선 나목(裸木)이나 죽은 나무의 껍질 등을 비중 있게 활용했다. 메말라 죽은 껍질을 뚫고 새순을 뻗쳐 꽃망울을 터뜨린 청매화(靑梅花)는 그 고고함에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송필은 작품 앞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모든 작품의 형식과 재료가 다르지만 결국은 ‘삶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를 포함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를 조각이라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조각 작품을 통해 삶의 무게, 처연한 아름다움 등 삶의 솔직한 모습에 닿아 있는 질문을 하고자 한다. 작품으로 거짓이 아닌 진정한 위안과 공감을 주는 작가로 기억되길 늘 갈망한다."
작가의 말처럼 송필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진정성이다. 그는 있는 그대로, 동요된 마음의 상태를 온전하게 작품에 투영한다. 그래서 송필의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전적 에세이’를 읽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7m에 가까운 대형 스테인리스 스틸 나무를 공중에 매단 '허공에 뿌리내린'이라는 작품이다. 1~2mm의 세밀한 잔뿌리와 나뭇가지를 단조(鍛造)와 용접 기법으로 처리해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특히 가느다란 가지 끝에 매달린 수백 개의 크고 작은 크리스탈은 빛의 미세한 흔들림에 따라 오묘한 빛깔의 아우라를 선보인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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