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적대적 의도 없어" 기존 원칙 반복
北 핵전력 강화에는 촉각...美·英·프 안보리 소집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미국 정부가 대북 적대정책을 지속하고 있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설과 관련해 미 국무부가 적대적 의도가 없으며 전제조건없이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며 외교적 접촉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렇지만 북한의 신형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소집하며 기존 정책대로 외교와 안보적 대응을 병행할 뜻임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현재 코로나19 등 대내적 문제가 더 시급한데다 북한의 도발 순위를 여전히 관리 가능한 범위로 판단하는 만큼 미국의 대북정책이 기존 정책서 크게 변화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김 위원장 발언과 관련, 미 정부 입장에 대한 국내 언론들의 서면질의에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품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전제조건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있고 북한이 우리의 접촉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의 정책은 북한과 외교를 모색하고 외교에 열려있는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이라며 "우리는 남북 협력을 강력히 지지하며 한반도에 좀 더 안정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대북정책 기조인 '실용적 접근'에 따른 원론적인 답변으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미국 정부는 영국, 프랑스와 함께 유엔 안보리 회의 소집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 3국의 요청에 따라 유엔 안보리는 30일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보도에 대한 비공개 대응 회의를 열 계획으로 알려졌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중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서방국가가 모두 참여한 것으로 미국이 이번 소집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북한과의 외교채널은 열어두면서도 안보문제는 유엔 안보리 제재를 통해 압박하는 기존 정책대로 미국 정부가 안보리 소집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 러시아, 중국 등이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북한까지 확보, 실전배치하면 역내 안보상황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킨 모이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앞서 전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ㆍ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공동 주최 연례 포럼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여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며 이웃 국가와 국제사회에 위협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국제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며 세계 비확산체제를 훼손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도발이 신형 미사일 문제로 위협적인 부분은 있지만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에 당장 큰 변화를 주긴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제임스김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연구센터장은 "미국 입장에서 현재 코로나19와 경제문제 등 국내문제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또한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은 이어가고 있지만, 2017년 이후 공개적인 핵실험 없이 미국 입장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의 도발만 이어가고 있어 당장 큰 관심을 끌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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