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 가격 연말 인상 대기
식품·외식물가 본격 상승 압박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우유 가격 도미노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식품·외식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우유를 원료로 하는 버터, 치즈 등 유제품을 시작으로 커피, 아이스크림, 빵 등까지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오르는 이른바 ‘밀크플레이션(밀크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졌다
우유 가격 시작으로 가공식품 줄줄이 인상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다음 달 1일부터 흰 우유(1ℓ) 기준 제품 가격을 2500원에서 2700원으로 5.4% 인상한다. 서울우유의 가격 인상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낙농진흥회가 지난달 원유(原乳) 가격을 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 올린 데 따른 여파다.
유업계 2·3위인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저울질하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우유 가격 인상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면서 "원료 가격과 부자재, 물류비용 증가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우유가 치즈·버터·빵·커피·아이스크림 등의 주 원료인 만큼 다른 가공식품 가격도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앞서 2018년 우유 가격 인상 당시에도 2차 가공업체 및 외식 프랜차이즈가 인상분을 빠르게 반영하면서 식품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특히 올해는 밀가루, 설탕, 원두 등 원재료 가격이 수직 상승해 제품 가격 변동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빙과업체 관계자는 "인건비와 물류비 부담이 커진 데다 설탕과 우유 가격까지 오르면서 수익 구조가 악화돼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미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을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에게 더 타격
동네 빵집과 커피숍의 빵과 커피 가격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원두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우유 역시 얼음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국제 원두 가격의 기준인 커피 C선물은 연초 대비 50% 가까이 상승했다. 한파와 가뭄,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 1·2위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과 베트남의 커피 생산량이 급감한 반면 소비는 늘고 있어서다. 국내 원두 공급업체들은 이달부터 원두 가격을 10~20% 인상했다.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더 커지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연간 단위 계약 등으로 당장 원료 가격 급등에 따른 영향을 덜 받는 반면, 영세 자영업자는 원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상암동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김모씨(45)는 "원두 가격에 우유 가격도 올라 마진이 30% 이상 떨어졌다"면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홍대에서 케이크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씨(41)는 "올 들어 주재료인 우유, 달걀, 버터, 밀가루 가격이 전부 올랐다"면서 "연초 한 차례 제품 가격을 올렸는데, 또 가격을 인상한다고 하면 고객들이 외면할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