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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신도시와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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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골목의 상징은 답답함과 예측 불가능·지저분함
30년간 신도시 경험하면서 골목의 존재와 가치 깨달아
2020년대에는 부정형 자연 발생적 모습 갖춘 편안함 조성돼야

[최준영의 도시순례]신도시와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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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한창 1기 신도시 조성과 입주가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에 새로 부임한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미래에 도시에서 가장 귀중한 공간이 될 곳은 어디일까?” 저마다 고민을 하고 여러 가지 답을 제시했지만 정답과는 거리가 멀었다. 교수님의 정답은 “골목”이었다. 학생들은 다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질서와 불편함의 상징인 골목을 체계적인 계획과 개발을 통해 없애고 널찍한 격자형태의 가로망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한 미래의 도시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수업과 일생생활에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골목이 미래의 공간이라고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오래된 도시의 공간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던 골목은 좁은 폭으로 차량의 이동을 어렵게 하였으며, 어디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 공간이었다. 답답함과 예측불가능, 그리고 지저분함으로 대표되는 골목은 과거를 상징하는 곳으로 미래에는 없어져야 할 대상이었다. 그런 골목이 도시의 귀중한 공간이라는 것을 깨닫기 까지는 2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잘 가꾸어진 신도시는 거주하는 주민들도, 바라보는 외부인들에게도 깔끔함과 단정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규칙적으로 배치된 공원과 각종 편의시설을 실생활의 만족을, 그리고 기하학적으로 배치된 가로망은 예측가능성을 통해 원활하고 편리한 교통흐름을 만들어낸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커져가는 나무들은 초기의 삭막함을 푸근함과 넉넉함으로 변화시킨다. 하지만 신도시의 특징인 넓은 가로는 계획가들의 희망과 달리 이용자들에게 편안함을 주지는 못한다. 계획적으로 잘 고려된 배치들은 도면상에서는 완벽해보이지만 실제로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뭔가 어긋나있는 것 같은 불편함을 가져다주곤 한다. 산에 오를 때 만나는 계단은 모두의 보폭을 만족시켜줄 수 없기 때문에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불편함이다.


30년동안 여러 형태의 미래지향적인 신도시를 경험하면서 점차 사람들은 골목의 존재와 가치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신도시의 규칙적인 배치가 단조로움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골목의 비정형적인 모습은 리듬감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신도시를 경험한 세대에게 골목은 재미와 예측불허의 다양한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삼청동을 시작으로 가로수길, 이태원, 홍대앞을 비롯한 기존 시가지의 골목들이 ‘~길’이라는 이름을 달고 매력적인 공간이 되었고 사람과 돈이 몰리는 곳이 되었다.


골목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골목의 공간이 주는 인간적인 스케일과 속도감이 크게 작용한다. 건물높이는 도로폭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좁은 골목의 건물들은 낮고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사전에 어디로 갈 것인지를 계획하고, 특정 건물의 지하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하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인 선택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좁은 골목의 폭은 차량의 진입을 어렵게 함으로서 보행자에게 힘을 실어준다. 사람의 걷는 속도에 맞춰 형성된 가게들은 작지만 소소한 변화의 리듬감을 제공해준다. 골목에서 사람들은 느긋해지고 여유를 가지게 된다. 작은 공간으로 나뉘어진 골목은 조금씩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모습과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다.


주택가격 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이어 발표되는 신도시들은 하나같이 편리한 교통, 풍부한 녹지, 그리고 자족기능 강화를 위한 토지확보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도시 또는 택지개발구역별로 다양한 개념들이 적용되지만 그 본질은 용도에 따른 공간의 분리이다. 서로 상충될 것 같은 기능들은 최대한 떨어뜨리거나 완충공간을 집어넣어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혼잡을 최소화하고 조화로운 질서를 강조하는 이러한 배치는 고립된 지역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형태로 이어지면서 도시의 활력을 저해하곤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기능이 융·복합된 용지를 공급하기 위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으나 기존 토지이용의 모습과 크게 달라지기는 어렵다. 그러한 토지의 형태는 기존의 정형화된 모습과 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주를 이루는 신도시의 공간특성상 발생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하학적인 가로형태와 도로배치가 아닌 부정형의 자연발생적인 모습을 갖춘 구역의 존재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인위적으로 골목을 만든다는 발상은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럽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이 신도시의 근본 취지라면 이와 같은 접근과 시도 역시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기하학적인 배치가 아닌 자연스러우면서 비정형의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이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가장 인간적인 공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인간이 아닌 컴퓨터의 냉정한 계산일지도 모른다.


신도시는 기존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공간이다. 과거 녹지와 도시기반시설이 부족하던 시기의 신도시들은 이러한 요소들을 제공해주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2020년대 만들어지는 신도시들은 오래된 도시의 골목이 제공해주던 인간적인 모습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미래의 수요와 선호에 맞춰 변화할 수 있는 여백을 도시 곳곳에 남겨두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한번에 만들어지고 한번에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도시가 진정한 미래도시일 것이다. 과거의 유산인 골목을 끌어안고 미래를 준비하는 신도시를 기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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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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