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넘어가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것"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남자친구에게 잔혹하게 폭행당한 뒤 숨진 20대 여성의 모친이 "딸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며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26만건 이상의 동의를 달성, 청와대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가해자는 딸을 일부러 방치해 골든 타임을 놓치게 했다"며 엄정한 수사와 신상 공개를 촉구했다.
지난 25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피해 여성의 모친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가해자가 딸의 오피스텔 1층 통로와 엘리베이터 앞을 오가며 머리와 배를 폭행했다"며 "(딸의) 머리를 잡고 벽으로 수차례 밀쳐 넘어뜨리고, 쓰러진 딸 위에 올라타 무릎으로 짓누르고 머리에 주먹을 휘두르는 등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119가 도착했을 때 딸은 이미 심정지 상태로 머리에서 피가 많이 흘러내리고 있었다"며 "응급실에서는 뇌출혈이 심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그렇게 중환자실에서 3주를 버티다 하늘로 떠났다"라고 토로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가해자는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보유했다. 청원인은 "(가해자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하지만, 응급구조사 자격증이 있다면 쓰러진 딸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걸 몰랐겠나"라고 되물었다.
또 "가해자는 딸을 다른 곳으로 옮긴 뒤 한참 지나서야 119에 허위 신고를 하고, 쓰러진 딸을 일부러 방치해 골든 타임을 놓치게 했다"며 "살인 의도가 있었음이 분명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넘어간다면 앞으로도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나고 억울하게 죽어갈 것"이라며 "여성을 무참히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자의 구속 수사와 신상 공개를 촉구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연인 사이 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가중 처벌할 수 있는 '데이트 폭력 가중 처벌법'을 신설해 달라며 요구하기도 했다.
이 청원은 게재 후 이틀이 지난 27일 오후 4시 기준 26만건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국민청원은 게재 후 30일 안에 20만건이 넘는 동의를 받으면 청와대로부터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이 사건은 지난달 25일 새벽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30대 남성 A 씨는 피해자 여성 B 씨의 집 로비에서 말다툼을 하다 폭행을 하기 시작했다.
가혹한 폭행으로 B 씨가 의식을 잃자 A 씨는 "여자친구가 술에 취해 머리를 다친 것 같다"며 119에 거짓 신고를 했다. B 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한달여 동안 혼수상태로 지내다가 지난 17일 결국 숨을 거뒀다.
경찰은 A씨를 상해치사 혐의로 입건한 뒤 지난달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숨진 여성의 어머니는 26일 SBS에 딸의 이름과 얼굴, 폭행 당시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장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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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SBS와 인터뷰에서 "이미 아이가 뇌출혈로 심장정지가 돼서 산소가 안 들어가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고 (의사가) 얘기했다"며 "그냥 연애하다가 싸워서 폭행 당해 사망했다? 백 번, 천 번을 생각해도 저희는 이건 살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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