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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일어설 기운도 없는데…" 서울대 청소 노동하고 시험지 풀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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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청소노동자 '갑질 의혹' 사망…종일 청소하고 시험 문제 풀어
본지 기자 화장실, 쓰레기 분리수거, 잡초 제거 등 청소 노동하고 시험
"조직 명칭 영어로 작성하시오" 업무 연관성 없어도 '업무저평가 자기검열'불안
고용노동부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직장 내 괴롭힘 여부 집중 조사"

[르포]"일어설 기운도 없는데…" 서울대 청소 노동하고 시험지 풀어보니 서울대 청소노동자 갑질 의혹과 관련해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적인 업무를 벗어난 부분이 있다는 게 이유다. 김서현 기자가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사진=윤슬기 인턴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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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윤슬기·김서현 기자] "땀으로 흠뻑 젖을 텐데, 그 복장으로 괜찮겠어요?"


체감 온도가 33도까지 치솟은 14일. 서울대 청소노동자 갑질 의혹과 관련해 실제 청소 노동을 하고 논란의 시험지를 직접 풀기 위해 서울대를 찾아갔다. 시험 문제가 환경미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유족은 명백한 갑질이라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재를 이유로 청소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겠다며 다짐을 하고 업무에 투입됐다. 청소노동자의 출근 시간은 6시30분이다. 그러나 정시에 맞춰 출근하는 이는 거의 없다.


노동자 A 씨는 "매일 한 시간 정도 일찍 출근해 근무를 시작해요.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에 화장실 청소를 얼추 마무리하기 위해서죠"라고 읊조렸다.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시설분회장은 "우리는 그림자 노동을 한다"면서 "학생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노동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르포]"일어설 기운도 없는데…" 서울대 청소 노동하고 시험지 풀어보니 서울대 청소노동자 갑질 의혹과 관려해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슬기 기자가 화장실 양변기를 청소하고 있다. 사진=김서현 인턴기자 ssn3592@asiae.co.kr


◆ 거울, 세면대, 화장지걸이, 양변기…끝없는 걸레질


이날 취재진은 오전 7시에 서울대에 도착해 △화장실 △건물 외곽 청소, 잡초뽑기 △쓰레기 분리수거 등 청소를 했다. 우선 화장실 청소에 투입됐다.


제2공학관 노동자 B씨는 기자에게 파란 대걸레를 쥐여주었다. 한 손으로 쥔 걸레는 생각보다 묵직했다. 대걸레질을 한 지 1분 남짓, 벌써 한쪽 어깨에 뻐근함이 밀려왔다.


B씨는 "벌써 어깨가 아프면 안 된다"며 오전·오후로 여자·남자 화장실은 물론이고 복도도 닦아야 한다고 말했다. 4평 남짓의 화장실을 닦자마자 이마 위로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대걸레가 아닌 손걸레로 닦아야 할 곳도 많았다. 거울, 세면대, 화장지걸이, 양변기, 남자 화장실의 경우는 소변기, 소변기 양옆으로 붙은 가림막 등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양변기는 쭈그려 앉아 양변기 시트와 커버를 닦았다. 변기 주변에 튄 검은 오물을 걸레로 없어질 때까지 밀고 또 밀었다.


노동 자체만 놓고 보면 걸레를 빨고, 닦고, 비품을 채우는 일로 단순했지만 단순한 것과 쉬운 것은 달랐다. 물을 최대한 짜내 걸레를 사용하다 보니 손목이 아려왔다. B씨는 "하루에 백번 가량 빨고 닦고 손목이 남아나지 않죠"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르포]"일어설 기운도 없는데…" 서울대 청소 노동하고 시험지 풀어보니 '청소노동자 숨지면서 서울대 학생들도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노동자의 죽음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사진=윤슬기 인턴기자 seul97@asiae.co.kr


◆ 숨 막히는 폭염에 음식물 쓰레기 악취…잡초 뽑기 작업까지


잡초를 뽑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왔다. 시원한 바람을 내뿜는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도 없는 건물 외곽은 서있는 것만으로도 힘겨웠다. 주위를 살펴보니 건물 가장자리 곳곳에 잡초가 무성하게 올라와 있다.


땡볕 아래 자세를 웅크리니 어지러움이 밀려왔다. C씨는 "사고 이후로 학교 측에서 오전 중에 외부에서 진행하는 업무를 끝내놓으라는 지시가 자주 내려와요. 하지만 하는 업무가 많다 보니 사실 어렵죠"라고 토로했다.


C 씨는 건물 내 엘리베이터를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털어놨다. 그는 "건물 맨 끝에 엘리베이터가 위치해 있어요. 너무 멀어서 사실상 이용을 하지 못하죠"라고 하소연했다. 기자가 청소노동자가 일하는 곳에서 엘리베이터까지 걸음 수를 재보니 성인 기준으로 90보 정도에 달했다. 이 정도 거리를 엘리베이터로 편히 이동하는 것이 아닌 쓰레기를 짊어지고 매일 같이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자 B 씨와 함께 쓰레기 청소 업무를 시작했다. 쓰레기통을 한 차례 비웠지만 그럼에도 쓰레기양이 많았다. 쓰레기 봉지를 뒤져 분리수거를 하다보니 음식물이 담긴 쓰레기에서 악취가 코를 찔렀다. 땀에 흠뻑 젖은 옷, 턱까지 올라오는 숨 가쁨, 여기에 악취까지 더한 상황은 '힘들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박스 안에 신문지로 깔개를 만들어 작은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을 전해 듣고 그대로 몸을 움직였다. 단순 종이 플라스틱 쓰레기가 아니라 폐공기청정기와 같이 무게 있는 것들도 쓰레기통에 담겼다.


B씨는 힘에 부치는 쓰레기가 생기는 경우 함께 일하는 남성 노동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B씨는 근무 복지환경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면서 정식 휴게실은 건물 바깥쪽에 있어 다소 멀지만, 간이 휴게실이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르포]"일어설 기운도 없는데…" 서울대 청소 노동하고 시험지 풀어보니 기자가 직접 풀어본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이 실제 풀었던 시험지. 고된 노동 탓에 문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진=윤슬기 인턴기자 seul97@asiae.co.kr


◆ 땀으로 흠뻑 젖은 옷 입고 시험…고된 청소 노동으로 시험 문제 눈에도 안들어와


화장실 청소, 쓰레기 분리수거, 잡초 뽑기 등 청소 노동을 마쳤다. 그러나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갑질 의혹'이 일었던 시험지를 받았다.


이 시험지는 지난달 사망한 청소노동자 이씨가 풀었던 내용이다. 손걸레를 연거푸 빨고, 온몸에 힘을 실어 대걸레를 민 탓인지 펜이 손에 쥐어지지도 않았다.


'청소 노동자'로서 주어진 업무를 모두 성실히 일했음에도 '시험'이라는 업무와 상관없는 과제가 남아있다는 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결이 다른 업무를 받아들이기엔 몸이 녹초가 된 상황이었다. 시험 문제는 당연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0점 처리가 됐다.


문제는 이렇게 낮은 점수를 받았을 때 내가 앞으로 겪을 수도 있는 '업무저평가 대상'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었다. 일종의 자기검열이다.


일은 일대로 하면서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해 공부를 하는 등 그야말로 빈틈없는 업무의 연속이라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시험을 보는 것 자체가 업무와 무관한 일종의 갑질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사회적 공분이 일어나는 이유다.


전문가는 시험지 풀이는 일종의 노동자 길들이기라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선임연구위원은 "저열한 방식으로 노동자를 길들이고자 한 조치로 보인다. 구성된 질문의 내용을 떠나 저숙련, 저부가가치 직종에 해당하는 청소근로자에게 서면 필기시험을 요구하는 것부터 말이 되지 않는 처사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청소근로자의 경우 임금 차등의 여지도 많지 않고, 성실도 혹은 청소상태 점검 등의 모니터링이 적절해 보이는데 업무의 종류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서울대 청소노동자 갑질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며 사실상 괴롭힘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14일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된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통상적인 업무를 벗어난 부분이 있어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의 질의에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고용부가 조사를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안 장관은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다음 날부터 사측(서울대), 노측(청소노동자 유가족, 노조)과 면담을 했다"며 "조사를 토대로 서울대에 개선 조치를 전달하겠다. 개선이 안 되면 특별근로감독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는 학교 인권센터를 통해 청소노동자 갑질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노조는 자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학교 측과 대립하고 있다. 서울대는 "인권센터는 완전한 독립기관"이라며 믿고 조사결과를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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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와 대학원 총학생회가 기숙사 청소 노동자가 숨진 데 대해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윤슬기 인턴기자 seul97@asiae.co.kr
김서현 인턴기자 ssn359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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