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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에 또 홀린 프랑스 파리…이번에는 V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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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유네스코·콘진원 전시 ‘한국: 입체적 상상’
‘기생충’ 공간 재창조…관람권 매진될 정도로 인기
영화 제작진에게 사전 점검 받았을 만큼 철저하게 준비
"HMD 장벽 넘으면 상상하는 그 이상의 세계 경험"

'기생충'에 또 홀린 프랑스 파리…이번에는 VR이다 영화 '기생충'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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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없이 쏟아지는 장대비. 세 사람이 쫓기듯 긴 계단을 잰걸음으로 내려간다. 당도하는 장소는 반지하 주택. 집안으로 들어온 빗물이 계속 불어나 턱 끝까지 차오른다. 불현듯 날아든 산수경석을 피해 고개를 돌리면 어두컴컴한 계단이 나온다. 조심조심 더듬어 내려가니 음습한 냉기로 가득한 지하실이 기다린다. 한 남성이 시멘트벽에 부착된 단추에 연신 이마를 찧는다. 이렇게 외칠 것만 같다. "박 사장님, 오늘도 저를 먹여주시고 재워주시고, 리스펙트!"


영화 ‘기생충’으로 낯익은 공간들이 가상현실(VR)로 재창조됐다. 4분 30초 분량으로 제작돼 지난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처음 공개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유네스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전시 ‘한국: 입체적 상상’에서다. 국제연합(UN)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 창의 경제의 해’ 지정을 기념해 코로나19 뒤 재편될 새로운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공유한다.


'기생충'에 또 홀린 프랑스 파리…이번에는 VR이다 ‘기생충’ 실감 콘텐츠 시연


‘기생충’은 매개체로 더할 나위 없다. 2019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프랑스에서 개봉한 역대 한국영화 가운데 최다 관람객도 모았다. 서희선 콘진원 한류사업팀 부장은 "유네스코에서 한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실감 콘텐츠 전시를 제안받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기생충’과 방탄소년단(BTS)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해 10월 열린 온라인 콘서트 ‘BTS 맵 오브 더 솔 원’의 ‘DNA’, ‘쩔어’ 무대도 3면 LED 큐브 공간에 구현한다.


폐막일인 16일까지 관람권이 일찌감치 매진될 만큼 반응은 뜨겁다. 유네스코 직원들을 위한 전시 시간을 급조했을 정도다. 서 부장은 "유네스코 본부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진행하는 전시"라며 "관람권을 구하지 못한 직원들의 요청으로 임시 개방했는데, 이 관람권마저 순식간에 동났다"고 전했다. 개막 환영회에 참석한 에르네스토 오토네 유네스코 문화부문 사무총장보는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성공이 실감 콘텐츠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고 극찬했다. 하이파 알 무 즈렌 주 유네스코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는 "두 번 관람한 ‘기생충’을 새로운 형태로 다시 만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기생충'에 또 홀린 프랑스 파리…이번에는 VR이다 하이파 알 무 즈렌 주 유네스코 사우디아라비아 대사


‘기생충’ 실감 콘텐츠는 영화 제작진에게 사전 점검을 받았을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됐다. 지난달 시사회에서 봉준호 감독은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한진원 작가는 "2018년 여름을 불태웠던 촬영 세트와 장소를 다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뜨거운 경험"이라고 밝혔다. 서 부장은 "단순한 영화 공간의 재현을 넘어 아트 필름으로 재해석한 부분이 주효한 듯하다"고 말했다.


연출은 구범석 감독이 담당했다. 할리우드 영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2003)’, ‘스텝포드 와이프(2004)’, ‘황금나침반(2007)’ 등에서 컴퓨터그래픽 조명을 담당한 시각특수효과(VFX) 전문가다. 그는 "‘기생충’ 속 다양한 배역들에서 관람객으로 시선이 옮겨지길 기대하고 제작했다"고 밝혔다. "특정 인물에게 무게가 실리면 자의적 해석이 될 수밖에 없다. 영화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관람객이 이입될 여지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배역들의 성격을 대변하는 공간이었다."


'기생충'에 또 홀린 프랑스 파리…이번에는 VR이다 구범석 감독


‘기생충’은 공간의 대비로 주제의식을 강조한 작품이다. 하층과 상층 계급의 주거 형태를 비교해 보여주다 하층 계급 간 갈등에서 공간의 동질감을 나타낸다. 장대비에 침수되는 반지하 주택과 썰렁한 냉기가 흐르는 지하실이 그것이다. 하층과 최하층의 삶이 대동소이했다. 반면 상층과 하층 사이에 연결된 듯했던 믿음의 벨트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구 감독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영화를 수없이 돌려봤다"고 말했다. "리얼리티에 맞춰져 나타나지 못한 부분으로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다. 그렇게 초현실적 표현에 주안점을 두고 함축적 전개를 설계했다. 그런데 기술적 구현도 만만치 않았다. 대중에 익숙한 영상 문법이 없어서 세부적 복원에 신경을 많이 썼다. 창살 개수부터 책장에 꽂힌 책이 몇 권인지까지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이하준 미술감독에게 많은 자료를 받았다."


'기생충'에 또 홀린 프랑스 파리…이번에는 VR이다 영화 '기생충' 스틸 컷


‘기생충’ 실감 콘텐츠는 이달 16일부터 콘진원 온라인 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다. 비대면을 넘어 세계인과 공유할 기회다. 구 감독은 "VR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메이저 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일조하는 작품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머리 착용 디스플레이(HMD)를 쓰고 관람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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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많은 이용자가 VR 영상을 모니터에서 360도 콘텐츠를 지원하는 동영상 플레이어로 재생한다. 봉준호 감독이 ‘1인치 정도 되는 자막의 장벽을 넘으면 훨씬 더 놀라운 영화를 만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VR도 마찬가지다. HMD의 장벽을 넘으면 상상하는 그 이상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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