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정부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을 별도로 전시할 '이건희 기증관'을 서울에 짓는다. 기증관 건립 후보지는 서울 용산구와 경복궁 옆 종로구 송현동 부지 2곳으로 압축됐다. 정부는 컬렉터의 기증정신을 기리고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권을 확대할 전시 운영 로드맵도 공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 기증 이건희 미술품 활용 방안’을 발표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품 2만3000여점을 통합적으로 소장·관리하면서 분야와 시대를 넘나드는 조사·연구·전시·교류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기증관이 필요하다"면서 "기증품 활용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신설 기증관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과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국립 박물관·미술관 운영의 새로운 장(場)을 열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지난 4월28일 이 회장의 유족 측이 문화재와 미술품 총 2만3181점을 기증한 이후 활용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별도 TF인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를 운영해왔다.
황 장관은 "모든 것을 원점으로 놓고 위원회에서 10여 차례 논의 끝에 기증관 설립을 확정했다"고 강조했다.
'이건희 기증관' 용산·송현동 중 하나로 결정
위원회는 용산과 송현동 부지를 기증관 건립 최적지로 꼽았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인근에 있어 연관 분야와의 활발한 교류와 협력, 상승효과를 기대할 만한 충분한 입지여건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김영나 위원장(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사견을 전제로 "기증관을 용산에 지을 경우 진입로를 새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면서 “송현동은 도시 중심에다 국립현대미술관과도 가까워 송현동이 조금 더 낫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용산과 송현동 부지 모두 토지 매입비는 들지 않는다는 게 문체부 측의 설명이다. 용산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유한 부지를 활용한다. 송현동은 서울시가 제공하는 인센티브 등을 활용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황 장관은 "구체적인 비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건축비만 든다고 보면 된다"라며 "올해 안으로 부지가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고 이후 설계 등을 진행해 구체적인 비용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증관 완공 시기는 2028년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기초 조사가 마무리 되는 2026년께 기증관이 착공 될 것으로 본다"라며 "이런 계산이라면 2027년이나 2028년 정도가 돼야 기증관이 완공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건희 컬렉션' 4가지 원칙에 따라 운영
문체부는 이날 '이건희 컬렉션'의 중장기 활용 방안에 대한 로드맵도 공개했다.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국가기증의 취지 존중과 기증가치 확산 ▲문화적 융·복합성에 기초한 창의성 구현 ▲전문인력 및 국내외 박물관과의 협력 확장성 ▲문화적·산업적 가치 창출을 통한 문화강국 이미지 강화 등 크게 4가지 원칙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우리 문화재와 미술품에 대한 사랑의 뜻을 국민과 함께 나눴으면 한다'라는 이건희 회장의 뜻을 고려해 방대한 기증품에 대한 국가적인 조사와 연구를 추진한다. 기증품의 역사적·예술적 가치와 의미를 규명하는 과정도 거친다. 특히 문화적 융·복합, 시대·분야 교차에 기초한 창의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기임을 고려해 통합적 관리·조사·연구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증품의 융·복합적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분야별 전문인력과 다양한 기관과의 연계 협력을 통해 문화적 상승효과도 높인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전문인력을 활용하고 이들 간 유기적인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기증품의 조사와 연구, 보존처리, 전시·교류 등의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21일 '이건희 컬렉션' 콜라보 전시 연다
대규모 콜라보 전시도 이어간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21일부터 '국가기증 이건희 기증품 특별 공개전'을 동시에 개막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층 서화실에서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 1층에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한국미술 명작’을 통해 주요 작품을 공개한다. 기증 1주년이 되는 내년 4월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함께 하나의 공간에서 특별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때 리움과 지방박물관·미술관의 소장품도 함께 전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2022년 하반기부터는 연 3회 이상 지역별 대표 박물관·미술관 순회 전시를 순차적으로 추진한다. 아울러 미국 엘에이카운티미술관(LACMA),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 영국박물관 등 국외 주요 박물관·미술관과의 전시 교류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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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 문체부 장관은 "다시 한번 기증을 결정한 유족 측에 감사드린다"면서 "새로운 기증관이 건립되면 한국의 문화적 지평을 넓히고 문화강국 브랜드를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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