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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날로그 방문판매의 디지털 피보팅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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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날로그 방문판매의 디지털 피보팅 전략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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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혁명보다 개혁이 어렵다’고 한다. 기존 체제를 부정하고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는 혁명은 하얀 종이에 그리는 그림에 비유된다. 그러나 기존 구조를 근간으로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개혁은 이미 그려진 그림의 덧칠이라서 더욱 어렵다. 기업에서 창업이 수성보다 어렵다는 통념도 마찬가지다. 창업도 쉽지 않지만 최소한 내부 반발은 없다. 반면 기존 업의 수성과 경장은 내부의 반대부터 넘어서야 한다. 조직원 각자의 입장에서 변화로 인한 미래의 기대이익은 모호한 반면 감수해야 하는 현재의 손실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 시대의 아날로그 기업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조직원들이 이해하는 디지털 전환의 개념과 방향성도 각양각색이기에 입장도 다양하다. 아날로그 시대의 성공을 견인한 조직문화가 디지털 시대에 뒤처지는 관성적 화석이 돼 미래를 향한 변화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장애물을 극복하고 디지털 전환에서 성과를 보이는 아날로그 기업들의 성공요인은 ‘업의 본질’을 재해석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는 ‘디지털 피보팅’(Digital Pivoting)에 있다. 피보팅은 농구에서 공을 잡은 선수가 상대선수를 피하기 위해 한 발은 그대로 두고 다른 발을 움직여 방향을 전환하는 동작을 의미하는데, 최근에는 스타트업들의 사업방향 전환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집집마다 찾아가서 판매활동을 벌이는 방문판매는 전형적인 아날로그 유통방식이다. 조선시대의 행상(行商)들에서 시작해 과거 주택가에는 화장품, 식품, 음료, 도서 등 다양한 생활용품들이 방문형태로 판매됐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방문판매는 디지털 트렌드의 직격탄을 맞았다. 온라인 쇼핑의 등장으로 방문판매의 편리성이 감소했고 신세대들은 대면접촉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다. 오프라인 유통구조에서 사업의 핵심역량이던 방문판매는 환경변화에 따라 고비용 저효율의 채널로 전락했다.


한국야쿠르트는 방문판매라는 기본구조를 유지하면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사업모델 혁신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둔 점에서 귀감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소위 ‘야쿠르트 아주머니’로 구성된 방문판매 조직을 근간으로 성장했다. 할인점, 편의점 등 신유통 업태가 등장하고 온라인 판매가 확산되면서 기존의 판매방식은 한계에 봉착했다. 대응 전략은 ‘업의 본질’은 유지하되 가치를 만들고 전달하는 방식의 변화인 디지털 피보팅이었다. 출발은 아날로그 방문판매 방식과 디지털 기술의 접목이었다. 사람이 끌던 운반용 손수레를 냉장 전동카트로 교체해 이동성을 높였다. 스마트폰 앱을 매개체로 판매원과 소비자를 연결해 주문과 배달의 편의성을 높였다. 앱 출시 초기에는 MZ세대 사이에서 주변의 ‘야쿠르트 아주머니’를 찾는 과정이 인근의 가상 캐릭터를 찾는 ‘포켓몬 고’를 연상시키는 게임처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판매품목도 발효유 일변도에서 커피를 추가하고 최근에는 밀키트로 확장했다. 급기야 기업명도 에이치와이(hy)로 변경하면서 정체성 자체를 바꾸었다.


아날로그 기업은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 생존 자체가 불투명하다. 아날로그 방식에 기반한 기술은 급속히 진부화되고 오프라인 시장은 위축되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을 디지털 관점에서 재해석-재정립하는 디지털 피보팅의 관점이 필요하다. 변화가 가속화되는 환경일수록 아날로그 기업은 차분하게 ‘업의 본질’을 성찰하고 재해석해 디지털 기술과 접목하는 전략적 방향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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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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