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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수직도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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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도시 상업용 건축물이 고층…우리나라는 주거공간이 이끌어
높은 아파트 빼곡…삭막하고 비인간적 보이나 편리함·효율성 커져
높이 둘러싸고 세대간 갈등분출…수직방향으로 도시 커져야

[최준영의 도시순례]수직도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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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높다. 도시의 건축물은 위로 솟아오른다. 식물들이 더 많은 햇빛을 받기 위해 위로 성장하는 것처럼 한정된 땅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물들도 위로 향한다.


철근 콘크리트와 엘리베이터의 등장은 새로운 토지가 등장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 높은 건물은 토지의 가치를 올려주고 이로써 더 많은 자본이 도시로 집중되면서 이전까지 상상하기 어려웠던 급속한 변화와 성장이 도시 중심으로 이뤄졌다.


물론 프랑스 파리나 스페인 바르셀로나처럼 기존의 전통적 도시 구조와 건축물에 대한 보전 의지가 강할 경우 이런 경향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도시들 역시 수요 충족 차원에서 고층 건물을 별도의 구역이나 외곽에 배치한다. 나름대로 타협과 절충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수직으로 솟아오른 건물들은 사람들에게 경외심과 압박감을 준다. 유럽의 많은 대성당이 끝없이 솟아오른 첨탑으로 신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냈다. 더불어 일반 대중에 대한 심리적 장악 효과까지 거뒀다. 종교적 배경이 없는, 장식이 없는 현대 고층 건축물들은 위압감으로 다가온다.


과거 고향에서 올라와 서울역에 처음 내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은 지금의 서울스퀘어, 과거의 대우센터빌딩이었다. 시야에 꽉 들어선 광폭의 입면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만만한 곳이 아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였다.


많은 도시에서 상업용 건축물 위주로 고층이 형성됐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도시를 수직으로 이끈 것은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이었다. 1920년대 혼잡하고 비위생적인 파리의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기 위해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1887~1965)가 구상했던 것이 수직도시다. 1층을 필로티로 지면과 떨어뜨리고 그 위에 주택들을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내부에는 정원·수영장·카페테리아·어린이집 같은 편의시설을 배치했다.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모두 충족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그의 구상은 100년 후 멀리 떨어진 대한민국에서 수십년째 거듭되는 실험으로 도시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다.


아파트라는 공간이 처음 도입됐을 때만 해도 낯설고 불편한 공간으로 여겨졌다. 서구식 생활습관에 기인한 공간배치도 그랬지만 더 큰 요인은 높이였다. 기껏해야 2층 양옥집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 5층 아파트는 충분히 높아 보였다. 15층 아파트는 까마득하게 높은 고층 아파트였다.


똑같은 형태의 높은 콘크리트 건물만 빼곡하게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은 비인간적으로 보였다. 이런 인식이 지금까지 이어져 아파트는 종종 삭막하고 단조로운 공간으로 여겨지고 있다. 아파트라는 주거형태가 외부에서 들어왔지만 50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아파트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주거형태화하고 있다.


자동차 보급으로 주차난이 부각되면서 아파트의 효용과 편리함은 훨씬 커졌다. 옥외공간의 공원화, 각종 커뮤니티 시설의 설치와 더불어 에너지 이용에서도 효율성을 자랑하게 됐다. 한겨울에도 반팔·반바지 차림으로 지내는 우리의 모습과 두터운 스웨터와 모자까지 챙겨 생활하는 외국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에너지 과소비에 대해 비판하곤 한다. 그러나 사실 해외의 많은 주택은 난방해도 잘 따뜻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옷을 껴입는 것이다. 흔히들 이런 사실은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수요 증가에 따라 아파트의 높이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 15층이면 고층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제 고층 소리를 들으려면 25층은 넘어야 한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까마득하게 보였던 25층은 이제 익숙하고 평범한 모습으로 받아들여진다. 요즘 40층 정도는 돼야 진짜 고층으로 분류된다.


아파트 높이를 결정하는 것은 도시계획과 각종 법률이 부여한 온갖 규제와 경제성이다. 높아질수록 엘리베이터와 기반시설에 할당되는 공간은 많아진다. 그 결과 활용가능한 공간이 준다. 이로써 아파트 층수는 대개 최고 49층 미만으로 결정된다. 50층이 넘는 순간 초고층 건물로 분류돼 고려해야 할 사항은 많아지기 때문이다.


한정된 토지에 얼마나 높은 건축물을 지을 수 있을까. 이는 용적률에 달렸다. 용적률은 시대변화에 맞춰 점차 높아져왔다. 토지 및 주택 수요가 증가하면 높아졌다가 너무 높아져 온갖 부작용이 나타나면 다시 낮추는 과정을 통해 용적률은 결정됐다. 1990년대 초반 건설된 서울의 아파트가 이후 건설된 아파트보다 더 높은 용적률로 지어진 이유는 여기 있다. 경험상 용적률은 과학적 분석의 결과라기보다 인식과 익숙함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고층 건물에 대한 불안감과 답답함은 시간이 가면 익숙함과 편안함으로 변한다.


도시의 높이를 둘러싼 갈등이 분출하고 있다.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미래세대의 요구를 기성세대가 수용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한다. 수십년을 더 도시에서 살아야 할 세대로서는 더 높은 수직 도시가 필요하다.


바람직한 도시계획은 이런 요구를 점진적으로 수용해 도시가 수직 방향으로 더 커지는 것이다. 등 떠밀려 한꺼번에 큰 변화를 주기보다 조금씩 변하도록 유도해야 지속적인 성장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꾸준히 변하는 강남과 한꺼번에 지어져 그대로 늙어가는 신도시만 비교해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높아지는 도시는 미래세대를 위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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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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