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부장, 11일간 11개국 고위 외교 담당자와 회담
미국과 알래스카 회담 후 국제 관계 다급해진 중국
[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미ㆍ중 알래스카 고위급 2+2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이후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14억 명 중 가장 바쁜 중국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왕 부장은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란, 오만, 바레인 등 중동 5개국과 터키를 방문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진영이 신장 위구르 인권 탄압에 대해 제재를 가하자 이해관계가 있는 중동을 방문, 지지를 요청했다. 왕 부장은 일대일로(육상ㆍ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경제적 협력 및 코로나19 백신 등을 선물로 제시했다.
외교 관례상 주고받은 말이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알 순 없지만 왕 부장은 6개국 방문 시 냉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왕 부장의 다음 행선지는 중국 푸젠성.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4개국 외교 장관을 초청, 개별 회담을 가졌다. 이들은 모두 남중국해 영유권과 관련이 있는 국가다.
왕 부장은 지난달 31일 푸젠성 난핑에서 비비안 발라크뤼시난 싱가포르 외교장관과 만나 백신여권 등 인적 및 경제적 교류에 대해 논의했다.
왕 부장은 다음 날인 4월1일 난핑에서 350㎞가량 떨어진 푸젠성 샤먼으로 이동, 히샤무딘 후세인 말레이시아 외교 장관과 만났다. 2일에는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교장관과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을 차례로 만났다. 3일에는 정의용 외교장관과 양국 관계 발전 및 한반도 안보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담 일정상으로 보면 왕 부장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3일까지 11일간 11개국 고위급 외교 담당자와 만나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왕 부장이 눈코 뜰 새 없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이 다급하다는 의미다.
지난달 1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미ㆍ중간 고위급 회담이 열렸지만 미ㆍ중은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 이어 유럽 주요국이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탄압에 대해 제재를 가하며 중국을 압박하자, 중국이 적지 않은 위기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신장과 홍콩, 대만, 남중국해 영유권은 중국의 핵심이익이라는 점을 입이 닳도록 강조해 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핵심이익에 대해선 양보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다.
왕 부장은 11개국 고위급 외교 담당자들에게 중국의 핵심이익을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과 11개국 고위급 외교 담당자들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외교 관례에 벗어난 이야기가 오고 가진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실제 상황(?)이 발생하면 이들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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