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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산책]귀신 잡는 조선 왕실의 軍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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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조선 왕실 군사력의 상징, 군사의례'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이 재현한 계동대나의 등 조명
유일하게 남은 방상시 가면 등 통해 역병 내쫓았던 비장한 기운 전해

[갤러리산책]귀신 잡는 조선 왕실의 軍禮 계동대나의에서 사용된 방상시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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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네 개 달린 가면을 쓰고 전각 마당에 나타나는 4황자 왕소(이준기). 검은 옷과 붉은 치마에 곰 가죽을 덮어쓴 모습이 늠름하다. 나례(儺禮)에서 악귀를 쫓는 방상시(方相氏)다. 창과 방패를 휘두르며 용맹함을 뽐낸다. 뒤이어 다른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진자(황자와 황문자제)와 창수(주문으로 악귀를 쫓는 사람). 승지(承旨) 최지몽(김성균)이 태조 왕건(조민기)에게 고한다. "신자들이 다 모였으니 역귀를 몰아낼 것을 청합니다." 왕건이 오른팔을 들어 올려 허락하자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방상시와 진자, 창수는 장단에 맞춰 군무를 재개한다. 역귀와 결전을 앞두고 비장한 각오를 나타낸다.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2016)’에 묘사된 계동대나의(季冬大儺儀)다.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음력 12월 진행했다. 악귀를 쫓는 풍속은 고대 중국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정종 6년(1040)에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궁중에서 대궐 안을 청소한 뒤 삿된 기운을 몰아냈다고 한다.


[갤러리산책]귀신 잡는 조선 왕실의 軍禮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속 계동대나의 장면


계동대나의는 조선 영조 때까지 이어졌다. 자세한 절차는 ‘세종실록’에 기록돼 있다.


"행사 전날에 서운관(書雲觀·기상관측 관서)에서 12세 이상 16세 이하의 진자 마흔여덟 명을 선발해 두 대(隊)로 나누고, 매 대마다 여섯 명을 한 줄로 만들어 가면을 쓰고 적건(赤巾)과 적의(赤衣)를 입고 채찍을 쥐게 한다. 공인(工人) 스무 명도 적건과 적의를 착용한다. 방상시 네 명은 황금색 눈이 네 개 달린 가면을 쓰고 곰 가죽으로 만든 현의(玄衣)와 주상(朱裳)을 입고 오른손에는 창, 왼손에는 방패를 쥔다. (…) 나자가 사문을 통과할 때 축사(祝史), 재랑(齋郞) 등의 제관(祭官)이 희생을 바치고 축문을 읽으며 제사를 지낸다. 축사는 제사가 끝나면 축문과 닭고기를 예감(구덩이)에 묻고 물러간다."


[갤러리산책]귀신 잡는 조선 왕실의 軍禮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속 계동대나의 장면


이는 단순한 세시풍속이 아니라 조선의 여덟 가지 군례(軍禮) 가운데 하나였다. 군사력으로 역병을 내쫓아 나라 안정과 일상 회복에 기여하고자 했다. 담대한 기운은 국립고궁박물관이 3월 1일까지 여는 특별전 ‘조선 왕실 군사력의 상징, 군사의례’에서 느낄 수 있다. 조선 시대에 제작돼 유일하게 전해 내려온 방상시 가면(국가민속문화재 제16호)을 전시한다. 형태는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의 그것과 빼닮았다. 눈 네 개 달린 얼굴과 큰 귀가 무섭고 영맹스럽다.


방상시는 본래 중국 고대 나례의 대표적인 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 시대에 가면으로 들어와 계동대나의 같은 구나의식(驅儺儀式·귀신을 쫓는 의식)에서 사용됐다. 장례 행렬 맨 앞에서 춤추며 잡귀를 물리치는 사람이 쓰기도 했다. 나무 재질은 궁궐이나 규모가 제법 큰 사대부가, 종이 재질은 일반 양반층이 사용했다. 일반 서민은 짚으로 엮어 만들었다.


[갤러리산책]귀신 잡는 조선 왕실의 軍禮 독일 라히프치히 그라시박물관이 소장한 갑주 구성품


국립고궁박물관은 다양한 유물을 통해 다른 군례의 의미와 내용도 조명한다. 왕이 동원한 군사로 사냥한 짐승을 종묘 제사에 올린 강무의(講武儀)는 군사 소집 징표인 발병부(發兵符)와 말안장, 발걸이, 철릭(帖裏·저고리와 주름 잡은 치마를 허리에 연결한 군사 복식) 등으로 설명한다. 구일식의(救日食儀)는 일식 때 일시적으로 사라지는 해를 구제하기 위해 거행했다. 나열된 복식은 당시 경건했던 마음을 고스란히 전한다. 왕과 신하가 활쏘기로 화합한 대사의(大射儀) 유물로는 영조 19년(1743) 기록물인 ‘대사례의궤’와 ‘대사례도’, 활, 화살 등이 전시된다.


왕이 직접 주관한 대규모 진법 훈련이자 최대 군례인 대열의(大閱儀) 공간에서는 진법 훈련에 필수인 갑옷·투구·무기와 지휘 신호용 깃발·악기·화약무기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독일 라히프치히 그라시민족학박물관에서 빌려온 갑옷, 투구, 갑주함(갑옷과 투구 보관함), 투구 싸개, 갑옷 안에 입는 내의, 보자기 같은 일습 유물은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하다.


[갤러리산책]귀신 잡는 조선 왕실의 軍禮 갑주 전시실 전경


국립고궁박물관은 배경에 대형 영상을 배치했다. 왕의 시선에서 장수와 병사들이 사열하는 느낌을 받도록 연출했다. 건너편 벽면에도 소장한 다양한 깃발을 함께 진열해 놀라운 규모를 체감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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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비대면 강연이 곁들여져 한층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이왕무 경기대 사학과 교수가 21일 ‘조선 왕실의 상무, 군례’라는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음달 4일에는 박가영 숭의여대 패션디자인과 교수가 ‘조선 시대 군사의례와 복식’, 최형국 한국전통무예연구소장이 ‘조선 후기 군사 신호체계와 군사훈련’에 대해 각각 강의한다.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과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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