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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작농 부려먹고 조선 농업 일으켰다는 일본인 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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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농촌수탈의 기억 화호리Ⅰ' 보고서
1050만평 농장 운영한 구마모토 리헤이
"식민지였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던 약탈경제의 특징"

소작농 부려먹고 조선 농업 일으켰다는 일본인 지주 구마모토 리헤이(왼쪽)와 그가 운영한 농장 사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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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일본은 조선에서 농업 이민정책을 폈다. 조선을 영구적으로 식민지화하기 위해서였다. 전북 정읍시 신태인읍 화호리를 이주지로 선정하고 대규모 농장을 개설했다. 개간된 농지와 대지의 소유권은 구마모토 리헤이(熊本利平), 다우에 타로(田植太郞), 오사와 신조(大澤新藏) 등 일본인들에게 이전됐다. 자영농이었던 토착민들은 소작농으로 전락했다. 해방 전까지 궁핍한 삶을 살았다. 당시 주민은 2008년 발간된 '20세기 화호리의 경관과 기억'에 다음과 같이 구술했다.


"자기네들이 싸게 은행 같은 데서 대출을 주니까는 싸게 받아 가지고 이자 놀음을 해 먹어, 그놈들은. 그면 앉아서 월급쟁이 할 것도 없이. 예를 들어서 만원이면 만원 빚 얻어다가 빚을 줘 버리면 얼마 받는고니, 제일 비싼 이자가 오십프로여. 그러니까 가만히 앉아서 기양 착취해 먹는 거야, 한국 사람들을. 그래도 한국 사람들도 농사 질라니까는 봄이 되면은 먹을 것도 없응게 양식 팔아먹고 살아야지. 비료 사야지. 뭣 해야지. 농사지어 갚을려고 고리를 갖다가 쓰는 거여. 그렇게 착취를 해서 먹었다고."


소작농들은 해방 뒤에야 웃을 수 있었다. 김제평야에서 생산되는 쌀과 쌍천 이영춘(1903~1980) 박사가 설립한 교육·복지 시설 덕이었다. 이 박사는 구마모토 리헤이의 농장에 소속된 의사였다. 해방 뒤 농장 시설을 활용해 화호중앙병원과 화호여중고등학교를 건립하고 소작농들을 치료해 열악한 농촌 보건 문제를 개선했다. 그러나 도시·산업화로 인구는 점차 감소했고, 인근에 자동차 전용도로가 개설되면서 상권은 무너졌다. 현재 쇠락한 농촌의 모습만이 남아있다.


소작농 부려먹고 조선 농업 일으켰다는 일본인 지주 화호리 마을 전경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는 화호리의 학술조사 결과를 담은 '일제강점기 농촌수탈의 기억 화호리Ⅰ'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6일 전했다. 일제강점기의 기억과 경관을 돌아보고, 당시 신문 기사와 지도 등으로 역사와 인문지리를 고증한 서적이다. 건축물 현황과 사용된 부재의 수종, 식생, 석재 산지 등 근현대 유형자산에 대한 종합적 조사·연구·기록 성과를 수록했다. 국공립 도서관이나 문화재청·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누리집에서 열람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구마모토 리헤이는 전라북도 옥구군 박면 내사리와 신태인읍 화호리 두 지역에 농장을 개설했다. 그 범위는 3500정보(町步·1050만평)에 달했다. 국책회사인 동양척식회사를 제외하고 개인으로 전북 최대 지주였다. 그는 소작농을 부려먹어 생산한 쌀을 일본에 보냈다. 소작농들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시 주민은 다음과 같이 기억한다.


"소작쟁의가 일어났거든 너무 비싼 게. 신두리에 사는 000이라는 사람이 주동이 되어서 했지. 신문에 났을 것이여. 일본놈들한테 그렇게 했어도 뭐 뾰족한 수가 있겄어요? 결국 일본 놈들은 착취를 많이 했지. 우리 백성들은 죽어라고 농사를 지어도 남는 것은 없었고.”


소작농 부려먹고 조선 농업 일으켰다는 일본인 지주 '일제강점기 농촌수탈의 기억 화호리Ⅰ' 보고서


당시 흔적은 농촌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대부분 사라졌다. 남은 적산가옥도 철거될 예정이다. 그렇다고 수탈의 역사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당시 일본인 지주들은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토지를 개량하고, 개량 농법과 우량 종자를 도입·장려했으며, 개량농기구와 비료의 장려 등 갖은 노력으로 조선 농업을 발전시켰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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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 리헤이가 조선에서 최대의 이윤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경영상의 합리성과 효율성은 실제로 사업 전개의 마당이 식민지이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던 약탈경제의 특징을 보여준다. 또한 지방 행정기관과 경찰력 등 식민지 공권력의 물리적 후원과 더불어 일본 국책은행 및 동척의 신탁제도에 힘입은 자본주의 경영 역시 식민지 지주 자본의 식민성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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