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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老人貧國, 12년 '소득 크레바스'를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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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노후소득보장 '연금개혁'
은퇴 후 10년간 절반은 소득없어
노인자살률, 국내 전체 평균의 2배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老人貧國, 12년 '소득 크레바스'를 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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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1차 베이비붐 세대 끝자락에 있는 50대 직장인 K씨는 몇 년 전 짰던 은퇴 이후 자금 계획을 다시 손보고 있다. 큰돈이 들어가던 아들 유학은 끝났는데 결혼을 앞둔 아들에게 전세자금이라도 보태주려고 계산기를 두드려봤더니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다. 지난해 말 은퇴하려던 계획도 얼마 남지 않은 정년까지 채우기로 방향을 틀었다.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4년 정도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동년배 P씨가 보기에 이 정도는 '배부른' 고민이다. 자영업자인 그는 구체적으로 노후 준비를 해둔 건 아니었지만 10년 넘게 해오던 식당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쪼들리는 형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그동안 모아둔 돈을 대부분 까먹었다.


은퇴 후 10년, 절반은 소득 없이 버틴다3분의 2가 "노후자금 충분하지 않다"

빙하 사이에 생긴 커다란 균열을 뜻하는 '크레바스'라는 말은 은퇴 후 연금을 받기까지 일정한 소득이 없는 기간을 표현할 때 쓰인다. 지난해 한 금융회사가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에 사는 퇴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이러한 '소득 크레바스' 기간은 평균 12.5년. 소득이나 마땅한 자산이 없다면 보릿고개 생활을 10년 넘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老人貧國, 12년 '소득 크레바스'를 넘어라 종로 탑골공원 인근에서 어르신들이 배식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자신의 주된 직장에서 나오는 시기로는 통상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인 경우가 많았는데, 재취업이나 자영업 등 일거리를 갖게 된 이는 절반을 조금 넘을 뿐 45%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자금을 충분히 준비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3분의 2가량이 '충분하지 않다'라고 답했다.


이주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문연구원은 "50대 중고령기 일자리의 안정성을 비롯해 전문성 여부, 성별, 기업 규모, 가족구조 변화 등이 65세 이후 노인빈곤에 영향을 끼친다"며 "이를 위해 직업이나 기업 규모에 따른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가족구조 변화에 취약한 여성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老人貧國, 12년 '소득 크레바스'를 넘어라
세계 최고 노인빈곤, 미래도 암울초고령사회, 젊은이 4명이 노인 1명 부양

우리나라 노인은 가난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를 보면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4%다. 이는 중위소득(모든 가구를 소득순으로 했을 때 가운데 있는 가구의 소득)의 절반인 빈곤선 이하가 차지하는 인구가 100명 가운데 44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고 평균(13%)의 세 배가 넘는 수준이다. 인구 10만명당 노인 자살률은 59명으로 국내 전체 평균 자살률(25명)의 두 배가 넘는다. OECD 평균 노인 자살률(19명)보다는 세 배 많은 수준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원인을 오롯이 가난에 한정하지 않는다 해도 우리나라 노인이 처한 현실이 그만큼 암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老人貧國, 12년 '소득 크레바스'를 넘어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7.2%에서 지난해 15.7%로 20년 만에 두 배 이상 불어났다. 현 추세대로라면 10년 후인 2030년이면 65세 이상 인구는 25%, 20년 후에는 34%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줄어드는 속도도 빨라져 노년부양비는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노년부양비는 65세 이상 노인과 생산연령인구(15~64세) 비중을 따진 지표인데 올해 23.0 정도로 추산된다. 얼추 젊은이 4명이 노인 1명을 먹여살린다는 얘기다. 이 수치는 2060년이면 91.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놓은 연금개혁생계급여·기초연금도 빈곤해소 역부족정부·국회서 공적연금 강화방안 내놔야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각종 소득보장제도가 있으나 충분하지 않다. 올 들어 노인이나 한부모 수급권자 가구에 대해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돼 일정 기준이 되면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새로 지원 대상이 되는 이는 16만가구가 채 안 된다. 기초연금 지급 대상도 소득 하위 70%까지 늘어났으나 노인빈곤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생계급여는 1인가구 기준 월 52만원, 기초연금은 최대 30만원이다. 퇴직연금이나 금융회사의 개인연금을 활용하는 이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저축 여력이 있는 중상위 계층 일부에 국한된 얘기다. 경제활동인구 대부분이 가입된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老人貧國, 12년 '소득 크레바스'를 넘어라 지난 2018년 10월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공적연금이 노인에게 실효성 있는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손봐야 한다는 주장은 과거부터 제기돼 왔으나 이를 책임질 정부나 정치권에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간 나온 개편안은 보험료를 더 내든, 미래에 받을 지급액을 줄이는 쪽인데 어느 쪽이든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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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연금개혁을 둘러싼 논의가 각계에서 불거졌으나 정작 실행에 옮긴 건 소득대체율(개인 소득 대비 연금지급액 비율)을 깎아내거나 지급 시기를 늦추는 정도가 사실상 전부였다. 2018년 대통령 직속으로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내 연금개혁ㆍ노후소득보장특위를 꾸려 논의했으나 단일안을 내지 못하고 세 가지 방안을 추려내는 데 그쳤다. 이후 1년 넘게 지난 현재까지 키를 쥔 국회나 정부에서도 별다른 논의가 없는 상태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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