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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비혼출산과 저출산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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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언론인·문화비평

[톺아보기]비혼출산과 저출산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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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적으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후지타 사유리씨의 ‘비혼 출산’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엉뚱하고 발랄하게 행동하는 텔레비전에서 보면서 그저 좀 특이한 ‘4차원’ 엔터테이너라고만 생각했었다.


유튜브의 사유리TV에서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엄마, 사유리’가 된 사연을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사유리 씨는 “난소 나이가 많아서 곧 자연임신이 어렵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를 낳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찾아 결혼하고 싶지는 않았다. 고민 끝에 비혼 출산이 좋은 삶의 방식일 것이라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 시험관 시술이 가능하고 이외의 것은 모두 불법이어서 모국인 일본에 가서 정자 기증을 받아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했다”고 비혼 출산의 이유를 설명했다. 구구절절 공감이 간다. 제도와 관습에 구애받지 않고 ‘자발적 비혼모’가 된 그의 의지와 용기가 참 놀라웠다.


많은 사람들이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 선택에 열띤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삶의 형태도 다양해 지고 결혼이라는 제도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 가족관이 지배하고 있지만 가족형태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서구의 많은 나라들은 배우자를 남편이나 아내가 아닌 파트너로 부른다. 법적으로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신경 쓰지 않고 아이들을 낳아 가정을 이룬다. 우리 사회도 곧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아직 갈 길은 멀다고 본다. 의식의 변화를 현실의 법과 제도에서는 미처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싶다는 의지만 가지고 ‘비혼 엄마’가 되기엔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한국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시험관 시술을 하려면 법적 배우자와 정자 기증 남성의 동의가 필요하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최근 내부 지침에서 정자 공여 등 보조 생식술 대상자를 ‘법률혼 부부’에서 사실혼 관계를 포함하는 ‘부부’로 확대했지만 비혼 여성 등 혼인 관계에 있지 않은 사람이 시술을 받을 길은 여전히 막혀있다. 또한 현행 건강가정지원법상 혼인과 혈연, 입양으로 이뤄진 형태만 가족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동거나 비혼, 이혼 가정에서는 재산에 대한 보호나 국가에서 주는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2018년 기준 한국의 혼외출산율이 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40.7%)에 크게 못 미친다는 통계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은 출생아수)은 2019년 0.92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2020년에는 0.8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분기별 합계출산율을 보면 1분기 0.84명, 2분기 0.84명, 3분기엔 0.84명을 기록했고 4분기도 크게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2020년은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가 자연 인구감소를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2012년 이래 혼인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비혼 출산을 백안시하는 문화에서 아이에게 부담을 안기며 큰 모험을 할 사람은 많지 않다.


가족정책 전문가들은 결혼이나 혼인장려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비혼이나 동거 등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태어나는 아이가 차별 없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 가족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럽은 동거관계 보호제도를 통해 결혼하지 않은 커플도 법적 부부로 인정하고 있다. 유럽인권협약은 제 8조에서 혼인 외 가족도 제도적 가족생활에 포함하고 보호의 대상으로 확대했다.


합계출산율 1.88명을 기록하고 있는 유럽의 출산강국 프랑스의 경우 GDP의 5%를 가족수당으로 할애해 전폭적으로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는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사는 커플도 많고, 결혼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루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1999년부터는 사회연대계약(PACS) 제도를 도입해 동거관계를 인정하고 결혼한 부부와 동등하게 출산·육아의 혜택을 받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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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규제의 보완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이기도 하지만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비혼 출산을 정당한 권리로 인정하고 제도를 제대로 갖추면 어느 순간 편견은 사라질 것이다. 종교계의 반대, 국민정서를 들먹이며 반대의견을 펴는 사람들에게 16세기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가 한 쓴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 “왜 우리 자신의 견해가 늘 모순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어제까지는 신조(信條)였다가 오늘은 거짓말로 전락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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