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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료계 어깃장에…보건의료인력 충원 논의 첫발도 못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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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기구 경사노위 산하 보건의료위 공익위원 권고
1년간 논의 막판 합의 앞두고 파업탓 醫·政 발빼

정부·의료계 어깃장에…보건의료인력 충원 논의 첫발도 못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집단휴진을 중단하고 의대정원 확대 등의 의료정책을 협의하는 의정협의체를 구성하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한 후 인사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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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의사나 간호사가 부족하고 격무에 시달린 건 오래 전부터였다. 지역별로 의료격차가 심하고 이를 고쳐내기 위한 건강보험(수가) 체계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도 익히 알려져있었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이러한 보건의료체계 전반을 손보기로 하고 따로 협의체를 꾸린 게 지난해 10월. 이렇게 꾸려진 경사노위 산하 보건의료위원회는 당초 1년을 기한 삼아 운영에 들어갔다.


보건의료위원회는 이달 말이면 활동기간이 끝나는데 추가로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해산키로 했다. 1년간 국내 보건의료체계를 성공적으로 손봤다거나 문제를 해결해서가 아니다. 1년 만에 나아지기도 힘들거니와, 코로나19가 불거지면서 국내 보건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현업 종사자이자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린 이들이 수차례 머리를 맞대 해결책에 관한 중지를 모아가고 있었는데, 8월 불거진 의사집단 파업으로 그간 일궈낸 성과는 대번에 없던 일이 됐다.


그대로 묻힐 뻔했던 보건의료계 노사정 합의문이 27일 공개됐다. 논의과정을 이끈 보건의료위원장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를 비롯해 공익위원이 권고문 형태로 내놓으면서다. 엄밀히 얘기하면 합의문은 아니다. 노동자와 사용자, 정부ㆍ공익위원이 큰 틀에서 뜻을 같이 하고 세부 합의점도 얼추 맞춘 상황이었는데 최종 결과물에 도장을 찍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합의문 초안까지 나온 상태에서 의결을 앞두고 있었는데 정부와 사용자단체가 막판에 빠지면서 결과적으론 합의문을 마련하지 못한 처지가 됐다.


정부·사용자단체, 합의문 의결 막바지 입장 돌변
총파업 수습 후 '당의정합의체서 논의' 이유 들어
"의사·간호사 늘리기 위해 의대·간호대 정원 확대해야"

지난 1년간 수십여차례 공식ㆍ비공식 협의를 거치며 내놓은 '권고문'의 뼈대는 보건의료인을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주축이 되는 의대ㆍ간호대 정원을 늘려 보건의료인을 키우고 배치ㆍ활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는 등 고용친화적 노동환경을 만들고 적정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가 내놨다가 의료계에서 온갖 비판을 받은 지역의사제(가칭) 역시 기본 골격은 이 위원회에서 논의됐다.


특히 임상의사를 적어도 2040년까지, 간호사는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 정도로 맞추기 위해 당장 내후년부터 각 대학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데 대해선 협의체에 참여한 모든 위원이 동의했었다고 김 위원장은 전했다. 이는 다른 업종ㆍ분야와 달리 현 상황에서 보건의료계 종사자 대다수가 비슷한 문제의식, 즉 의료인이 부족하다는 점을 공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노동자는 물론 사용자, 정부, 학계에서 모두 비슷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다.


경사노위는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주체가 모여 대화와 협의를 통해 대안을 찾고 최종 의결과정을 거친다. 단순히 법ㆍ제도에 맡기는 게 아니라 서로 대화와 조율을 거친다는 점에서 민주적이나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때도 많다. 다만 이번 보건의료위원회처럼 막판에 위원이 단체로 빠지면서 흐지부지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이들이 발을 뺀 이유는 지난달 맺은 당정의(黨政醫) 합의때문이다.


지난달 4일 여당과 정부, 의료계는 그간 정부가 추진했던 보건의료정책을 원점 재검토하는 데 합의했다. 보건의료정책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다 결국 의사총파업까지 진행됐었는데 당시 합의 후 제자리로 돌아왔다. 1년 가까이 논의한 성과물을 없던 일로 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인데, 문제는 당정의 합의 후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점이다. 한달반 이상 현재까지 서로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형식적인 공문만 주고받았을 뿐 대화다운 대화는 아직 한번도 없다.


정부·의료계 어깃장에…보건의료인력 충원 논의 첫발도 못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사이의 합의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지난달 4일 오후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입주한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 1층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공의들은 보건복지부와 의협이 집단휴진을 중단하고 의대정원 확대 등 의료정책을 협의하는 의정협의체를 구성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작성한데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사정은 있다. 지난달 합의 당시 '코로나19 확산이 안정될 때'라는 전제를 달았는데 이후 전국 각지에서 집단발병이 속속 불거지는 등 신규 확진자 규모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의대생 국가시험(국시)을 둘러싼 갈등도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정부는 다른 시험과의 형평성, 국민여론 등을 들어 시험거부를 한 의대생이 다시 시험을 치르게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면 의정합의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도 "정부의 잘못된 정책탓으로 앞으로 정부 책임은 모두 정부 책임"이라며 의대생이 시험을 볼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의협은 이날 만나 이 사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별다른 접점을 찾진 못했다.


김윤 교수에 따르면 이번에 막판까지 합의문을 도출하려 하거나 위원회 연장을 긍정적으로 본 건 교수 등이 중심이 된 공익위원과 노동계 위원 뿐이었다. 국립중앙의료원장ㆍ서울대병원장ㆍ병원협회 부회장 등 의사 위주로 구성된 사용자 단체는 의정협의를 핑계로 빠졌다. 정부도 일부 사안을 빼야 참여할 수 있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다 결국 아예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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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계에선 앞으로 꾸려질 의정협의체가 의협 등 의사집단과 정부가 일대일로 협의하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보건의료정책이 대다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의사단체 외에도 보다 다양한 이해당자가사 협의과정에 참여하는 게 맞는다는 논리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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