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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편의점과 배달앱 갈등을 통해 본 데이터 시대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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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편의점과 배달앱 갈등을 통해 본 데이터 시대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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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특징은 산업간 경계의 종말이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구획된 영역에서 고체처럼 존재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정보기술과 데이터를 매개체로 액체처럼 유동화된다. 과거 분리됐던 영역이 접근하고 경계선이 흐려지면서 산업구조가 변화한다. 방송과 통신, 의료와 가전, 유통과 물류의 융합은 이미 일상생활이 됐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편의점과 배달앱의 갈등도 동일한 맥락이면서 디지털 시대 핵심자산인 데이터의 가치가 실감되는 사례다.


국내 주요 배달앱들은 지난해 '편의점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편의점 물품을 주문하면 배송하는 서비스다. 편의점은 생활공간 근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오프라인 특성상 소비자가 이동해야 한다. 배달앱은 조밀한 편의점 점포망을 연계하는 신속한 배송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편의점도 온라인 배달로 추가 매출이 발생하는 상호이익의 협력구조였다.


갈등은 요기요가 9월부터 편의점과 유사한 품목을 배송하는 요마트 사업에 진출하면서 시작됐다. 편의점 업계는 기존 점포의 매출을 감소시킨다고 반발하면서 지금까지 편의점 물품 배송으로 축적한 소비자 데이터를 사업에 활용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요기요의 고객접점 화면에 요마트를 우선적으로 노출하는 불공정성도 지적한다. 이에 대해 요마트 측은 배달앱을 운영하는 요기요와는 법인이 달라 데이터 제공이 불가능하며, 앱화면 노출문제는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갈등을 디지털 격변기 산업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유통과 물류 간 경계의 종말'과 '데이터 자산의 중요성'이라는 두 가지 흐름이 읽혀진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 물류는 유통사업의 하부기능에 불과했다. 사업자가 오프라인 점포망을 전개하면 물류는 후방에서 지원했다. 그러나 온라인 유통업의 등장으로 유통과 물류는 융합되기 시작했고 나아가 물류가 중심이 돼 유통을 흡수하는 역전현상까지 일어났다. 유통산업 고객접점의 중심이 오프라인 점포에서 사이버 공간에 존재하는 온라인 화면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유통분야에선 대형점포 위주의 마트와 할인점이 온라인 유통이 확대되는 변화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흐름에서 약간 비켜나 있던 편의점으로도 변화의 물결이 들이닥치고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디지털 시대 데이터 자산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사례다. 모든 사업은 고객접점의 우위에서 성패가 결정된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유통업에서 핵심자산은 오프라인 점포의 입지였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고객정보의 확보다. 주거지 인근에 조밀하게 전개된 편의점조차도 배달앱이 확보한 고객데이터에 대항하기 어렵다는 징표다. 아날로그 시대 기업의 핵심자산이 '토지ㆍ노동ㆍ자본'이라는 유형자산이었다면 디지털 시대에는 '데이터ㆍ알고리즘'이라는 사이버 자산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기존 산업간 경계가 없어지고 융합되면서 재창조되는 디지털 시대에 기업들의 경쟁구도와 경쟁방식도 급변하고 있다. 특히 유통업은 코로나를 분기점으로 디지털 격변이 가속화되면서 개별기업들도 대응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관련정책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시야에 넣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우리나라 정책개념의 낙후성을 나타낸다. 특히 영세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전통시장 반경 20km 이내에 대형마트와 쇼핑몰 신규 입점을 금지하는 대목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과 물류의 구분도 없어지는 변화의 흐름과는 동떨어져 있다. 편의점과 배달앱의 갈등은 국지적 사안이지만, 20세기 사고방식으로 21세기를 규율하려는 정책으로는 소위 발전은 고사하고 산업생태계 자체를 파탄시킬 위험성이 높다. 나아가 이러한 퇴행적 접근의 폐해가 비단 유통산업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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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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