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14일 집단휴진 돌입
동네 의원 곳곳엔 '여름휴가' 안내 문구
오전까진 진료차질 없어…평소처럼 진료
대형병원 앞에선 침묵시위…교수급 의료진이 공백 막아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이정윤 기자] "평소 다니던 병원이라 예약 없이 찾아왔더니 휴진이라네요. 나이 든 사람들이 어떻게 스마트폰으로 문 여는 병원을 미리 찾아보겠어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의료계 집단휴진이 벌어진 14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내과를 찾은 조연순(68ㆍ가명)씨는 한숨을 쉬며 발길을 돌렸다. 병원 문에는 '금일 임시 휴진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날 서울 중구의 서울시청 서소문제2청사 인근 병원 밀집 지역에서 방문한 의원급 병원 10곳 가운데 4곳은 휴진했고, 6곳은 정상적으로 진료를 진행했다. 휴진 병원에는 이날부터 오는 17일까지 '여름휴가로 휴진한다'라는 안내문구가 병원 입구 곳곳에 부착됐다.
정상 진료가 이뤄진 병원들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9시40분께 찾아간 중구의 한 정형외과는 대기 환자가 2명에 그쳤다. 병원 관계자는 "평소에도 진료 시작 시간쯤엔 사람이 몰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면서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오후에도 평소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바로 옆 건물에 위치한 한 신경외과도 비슷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입구에서 발열 확인을 하고 환자들에게 진료 안내를 했다.
같은 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사거리에서 서울성모병원 신관까지 이어지는 인도에서는 흰 가운을 입은 70여명의 전공의(레지던트)와 임상의(펠로), 의대생 70여명이 170m가량 한 줄로 늘어서서 침묵 시위를 벌였다. 지난 7일에 이어 두 번째 진료 거부에 들어간 전공의들은 '의료 환경 고려 없는 유령 의대 양산 말라' '휘청이는 공공병원 수련 환경 보장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서울성모병원은 298명인 전공의 중 90%가량이 이날 파업에 동참했고, 임상의 120여명 중 절반이 진료에 불참했다.
다만 이날 오전 서울성모병원은 평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병원 측은 의사 총파업에 따른 진료 차질을 막기 위해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의료 공백이 생길 만한 곳에는 임상과별로 교수와 간호사 등을 투입했다. 이 병원 이비인후과를 찾은 김모(60)씨는 "지난주 병원을 찾았을 때와 대기 시간은 비슷했다"면서 "진료받는 데서 파업의 영향은 별로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공의 90%가 파업에 참가한 서울아산병원도 외래환자와 입원환자 10%가량의 진료 예약을 연기했다. 아산병원 관계자는 "전공의와 임상의가 빠지면서 교수급 의료진과 입원진료 담당의가 병원에 남아 진료 공백을 메우는 상황"이라며 "응급도가 낮은 외래환자나 입원환자에 대해 사전에 일정을 조율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전공의들은 전국 곳곳의 대형병원 앞에서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서울대병원 본관과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앞에선 4시간 동안 전공의와 전임의가 참여하는 1인 릴레이 시위가 벌어졌고, 이대목동병원 로비에선 전공의 20명씩 8교대로 침묵시위를 벌였다. 중앙대 의대 학생회도 이날 흑석역 앞에서 의료 정책 정상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전공의 김모씨는 "코로나19가 지속되고 수해 피해까지 겹쳐 국민의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도 의사들을 거리로 내몬 독단적인 정부는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 파업을 주도한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3000여명이 참여하는 '전국의사총파업궐기대회'도 연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 의료 정책을 반대한다는 의사 표시다. 이날 오전부터 진료 거부에 들어간 전공의들은 서울 대형병원 앞에서 침묵 시위 등을 벌이다 여의도 집회에 합류한다는 방침이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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