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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랑 체벌은 다르지 않나요?" 자녀 징계권 폐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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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친권자 자녀 징계권' 삭제 민법 개정안 입법예고
시민들 "아이 체벌 금지 환영" vs "학대와 체벌 엄연히 달라" 갑론을박
전문가 "체벌, 훈육의 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부모 많아"

"학대랑 체벌은 다르지 않나요?" 자녀 징계권 폐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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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법무부가 민법에 명시된 자녀 징계권을 전면 삭제하기로 최종 확정하고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법 개정으로 가정 내 아동학대 사례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자녀 훈육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반응이 나온다.


전문가는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사회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아동에 대한 체벌 금지 취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민법에 명시된 징계권을 삭제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1958년 민법 제정 당시 만들어진 조항인 915조는 친권자가 양육자를 보호·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하거나 법원 허가를 받아 감화 또는 교정 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시행된 지 62년 만에 부모의 자녀 징계권이 폐지되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이미 1979년 스웨덴을 시작으로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 중심으로 자녀 체벌 금지를 명문화했다. 현재까지 59개 국가에서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자녀 체벌 금지를 규정한 개정 아동복지법이 올해 4월부터 발효되기도 했다.


법무부는 해당 조항이 자녀에 대한 부모의 체벌을 합법화하는 근거 규정으로 오인되고 실효성도 거의 없어 유지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최근 부모의 체벌로 인해 아동이 사망하는 심각한 학대 사건이 다수 발생했다"며 "민법상 체벌 금지 취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915조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법무부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는 지난 4월 민법에 규정된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아동에 대한 부모의 체벌 금지를 명문화하라고 권고했다. 법무부는 이 같은 권고를 받아들여 법 개정 작업을 해왔다.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은 다음 달 14일까지 입법 예고 기간을 거친 뒤 국회로 보내진다.


앞서 1960년 첫 시행된 부모의 자녀 징계권은 찬반 논란이 계속돼 왔다. 특히 아동학대의 근절을 위해서는 아예 체벌을 금지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자녀를 훈육하는 데 있어 체벌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으로 엇갈렸다.


세이브더칠드런이 민법 제915조 개정 운동을 하며 지난해 전국 20~60대 성인 남녀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조항을 교육 목적이라도 부모가 체벌하지 못하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51.1%(매우 찬성 13.8%, 찬성 37.3%), 반대 의견은 48.9%(반대 41.4%, 매우 반대 7.5%)로 팽팽히 맞섰다.


"학대랑 체벌은 다르지 않나요?" 자녀 징계권 폐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창녕 아동학대 계부(모자 착용)가 지난 6월15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에 출석하고 있다. 이 계부는 자신의 의붓딸을 쇠사슬 등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아동학대는 명백한 범죄임에도 이른바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훈육이나 가정교육을 빙자한 학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부모의 체벌로 인해 아동이 사망에 이르는 등 끔찍한 학대 사건이 다수 발생했다. 특히 가해자인 부모가 학대 행위의 이유를 훈육 목적의 체벌이라고 주장해 국민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경남 창녕에서는 9세 아동이 부모로부터 쇠사슬로 목을 묶이는 등 잔인한 학대를 당하다 탈출해 발견됐다.


창녕경찰서는 지난 6월 초등학교 4학년생 딸(9)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아동학대)로 계부(35)와 친모(27)를 불구속 입건했다.


피해 어린이는 지난 5월29일 저녁 6시20분께 잠옷 차림에 성인용 슬리퍼를 신고 도로에서 도망치듯 뛰어가다가 지나가던 주민에게 발견됐다.


주민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을 때 이 어린이는 눈 등 온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머리가 찢어져 피를 흘린 흔적이 있었으며, 손가락은 심하게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경찰 조사에서 피해 어린이는 "2년 전부터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했다"고 진술했으나, 학대한 혐의를 받는 계부(35)는 "아이가 거짓말을 해서 훈육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충남 천안에서는 여행용 가방에 갇혀 아동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 사건은 계모 A(43) 씨가 9살난 의붓아들을 7시간가량 여행용 캐리어에 가둬 사망에 이르게 했다.


계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거짓말을 해 훈육 목적으로 그랬다"고 진술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매년 증가해 왔다. 특히 학대 사건에서 가해 부모들은 자신의 폭력행위를 '훈육'이라고 포장해 학대를 반복했다.


보건복지부가 취합한 아동학대 관련 통계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지난 2014년 1만7791건에서 지난해 4만1389건으로 6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아동학대를 일삼는 행위자 중 75.6%(2019년 기준)는 부모였다. 또 최근 5년 내 학대를 다시 저지른 아동 재학대 가해자 중 94%가 부모였다.


"학대랑 체벌은 다르지 않나요?" 자녀 징계권 폐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진=연합뉴스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법무부의 체벌 조항 삭제에 환영의 반응이 나온다. 징계권 규정이 자칫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이나 체벌 대상으로 인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대 직장인 B 씨는 "소식을 접하고 정말 잘됐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최근 아동학대 사건·사고가 너무 많았다. 지금까지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부모의 자녀 체벌을 정당화해 오지 않았나 싶다. '내 자식이니까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라는 인식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근절됐으면 좋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자녀 양육 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훈육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초등학생 두 자녀를 키우고 있다고 밝힌 주부 B(43) 씨는 "아동학대는 폭력인데 어떻게 훈육을 위한 체벌과 동일시할 수 있냐"라면서 "징계권이 있어서 학대가 발생한 게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아이를 키우면서 타이르는 것으로는 교육이 안 될 때가 많다. 가끔은 엄하게 꾸짖고 필요하다면 '사랑의 매'도 필요하다"며 "부모 될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신고 시스템을 잘 갖춰야지 이렇게 무작정 법을 바꾸면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체벌이 훈육의 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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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는 "가정 내 아동학대의 경우 대다수 부모가 학대 사실이 밝혀지면 체벌을 자녀 훈육의 한 방법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한다"라면서 "사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체벌이라는 것이 학대 행위 자체를 잘못한 것으로 생각할 수 없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들은 체벌이 폭력적인 행위이고, 또 이것이 학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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