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난민의 날, 난민수용 놓고 갈등 여전
난민인권네트워크 "난민보호정책 아니라 난민거부정책"
난민대책국민행동 "가짜 난민 문제 심각…국민들 일자리 실종"
세계 난민의 날인 지난 2018년 6월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난민 정책 규탄 기자회견에서 난민인권센터를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난민 차별 정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은 가운데 국내서 정착하려는 난민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난민 인권을 보호하자는 주장과 가짜난민을 양산하는 난민법을 즉각 폐지하라는 촉구가 팽팽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18일 난민인권네트워크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에 "난민 거부 정책을 폐기하고 난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난민법 개정에 답하라"라고 촉구했다. 단체는 우리나라가 난민법을 제정한 뒤 난민인정률이나 지원 정책이 악화해온 것을 지적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변호사인 난민인권네트워크 이일 의장은 정부가 장기적인 난민정책을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26년 동안의 한국의 난민정책의 내용은 결국 난민보호정책이 아니라 난민거부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난민 인정 수치가 0.4%에 불과한 낮은 난민인정률에 대한 비판에 무감각한 점 △ 난민법 시행 이후 난민 인정자 수의 유의미한 감소 △해외에서의 난민유입을 차단하려는 출입국관리 정책 △ 생계비 및 취업허가에 관한 정책의 미존재 등 난민수용을 어렵게하는 각종 정책을 비판했다.
지난해 심사를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42명으로 0.4%다. 이 수치는 난민법이 제정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인정률 3.7%이나 난민법 시행 전 평균 인정률 18.9%와도 크게 대비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의 난민인정율은 23.1%을 기록했다. 정부의 난민인정자 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난민인정자(재정착난민 포함) 수는 2017년 121명, 2018년 144명에서 2019년에는 79명을 보였다.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는 전세계 모든 난민 수용국 중 139위에 불과하다.
인도주의 관점에서 난민 인권을 보호하고 그들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난민혐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30대 직장인 A 씨는 "난민 수용 문제는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이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수용을 반대하는 것은 사실상 난민혐오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난민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이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반면 난민법을 아예 폐지해달라는 목소리도 있다. 난민대책국민행동, 자국민우선국민행동, 진실역사교육연구회,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다문화페미니즘대응연합 등 58개 시민단체들은 19일 난민법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난민 브로커들의 밥줄인 가짜난민 양산하는 난민법 즉각 폐지하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금년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이다. 유엔 난민기구에 의하면 지난해 말 현재 난민이 전 세계 인구의 1%인 7,950만 명이나 된다"며 "일부 난민 브로커들이 현행 난민법을 악용하여 양산시키는 가짜 난민들 때문에 우리 국민들의 일자리의 실종은 물론 범죄의 증가 및 테러리스트의 국내 침투로 말미암아 국가 경제와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오는 난민신청자들의 대부분이 난민 브로커들에 의해 기획된 가짜 난민들로 추정되는 자들이 대다수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난민 인정률이 1%대 이하로 나타나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라며 "난민신청자들 중 30~40%가 국내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불법체류자들로서 한시적으로나마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방편으로 난민 신청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8년에 발생한 예멘인들의 제주도 무사증 입국 후 집단 난민 신청사건이 가짜난민의 좋은 예다"라면서 "그 사건의 여파로 시작한 청와대 난민법 폐지 청원이 무려 한 달 만에 71만 명을 넘겨 그 당시 청와대 청원이 시작한 이래 최다 추천 건수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8월1일 청와대는 `난민 수용 반대` 국민청원과 관련해 난민협약 탈퇴나 난민법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청원은 제주도 예멘 난민 사건을 계기로 난민 입국 규제를 강화시켜달라는 내용으로 총 71만4875명이 동의했다.
주무 부처인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난민법 폐지` 청원에 대해 "이번 청원에 나타난 국민들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우리나라 국제적 위상과 국익에 미치는 문제점을 고려할 때 난민협약 탈퇴나 난민법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허위난민을 막기 위한 심사를 강화, 강력범죄 발생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 장관은 "난민 신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신원 검증을 강화할 것"이라며 "박해 사유는 물론, 마약 검사, 전염병, 강력범죄 여부 등을 엄정한 심사를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난민 수용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체류 외국인이 250만명을 처음으로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17일 발표한 2019년 12월 통계월보에 따르면 2019년 12월 말 현재 체류 외국인은 252만4천656명으로 전월보다 3.7%,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6.6% 증가했다.
2007년 8월 100만 명, 2016년 6월 200만 명을 각각 돌파한 데 이어 외국인 250만 명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 수치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4.9%에 해당한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110만1천782명으로 43.6%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70만1천98명(63.3%)은 이른바 조선족이라고 불리는 한국계 중국인이다.
베트남이 22만4천518명으로 그 뒤를 따랐고, 태국(20만9천909명), 미국(15만6천982명), 일본(8만6천196명) 등 순이다.
등록외국인의 거주지를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41만4천318명)가 가장 많고 서울(28만1천876명), 충남(세종시 포함·7만6천375명), 경남(7만6천123명), 인천(7만2천259명) 등 순이다.
불법체류 외국인(미등록외국인)은 전년 대비 9.9% 증가한 39만281명에 이르렀다. 전체 체류 외국인에서 차지하는 불법체류율도 15.5%로 2018년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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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난민 신청자는 1만5천452명으로 2018년보다 4.5% 줄어들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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