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음식배달 시장 2030년까지 3600억달러로 고성장
한 지역당 한 업체만 살아남는 '승자독식' 특성
높은 성장성·승자독식 특성으로 업체간 M&A 활발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미국 음식배달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면서 업계간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지고 있다. 음식배달업계는 한 지역당 한 업체만 살아남는 '승자독식'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기업간 몸집불리기는 물론 해외진출을 위해 현지 업체에 러브콜을 보내는 등 M&A 시장은 더욱 뜨겁게 달궈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업체는 미국 음식배달업계 2위인 그럽허브다. 당초 그럽허브는 우버가 탐냈던 업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초 우버가 먼저 그럽허브에 인수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는 우버이츠라는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미 시장 점유율로는 업계 3위다. 코로나19로 본업인 차량공유서비스 실적은 급감했지만, 우버 이츠의 1분기 주문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0%이상 급증하며 그럽허브 인수로 음식배달업계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겠다는 구상이었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합병될 경우 미 음식 배달서비스 시장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반독점 규제 압력에 대한 우려로 결국 M&A는 성사되지 못했다. CNBC는 이에 정통한 한 관계자를 인용해 "그럽허브는 우버와의 합병이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려 향후 전망에 대한 우려로 유럽의 경쟁사와 합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틈을 파고들고 유럽판 '배달의 민족'으로 꼽히는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닷컴이 그럽허브를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네덜란드 기반의 테이크어웨이닷컴과 영국 배달서비스기업 저스트잇을 합병해 탄생한 업체다.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닷컴은 유럽시장에서 적극적인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 지난 2018년 독일의 음식배달업체 딜리버리 히어로에 9억3000만유로(약 1조2000억원)를 주고 독일 사업권을 사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이 딜리버리히어로는 한국의 요기요, 배달통을 인수한 곳으로 알려져있다. 최근에는 배달의민족 인수에 나서면서 한국 음식배달 서비스시장을 독식해나가고 있다.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닷컴은 이번에도 현지업체와의 M&A를 통해 시장을 석권한다는 구상이다.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닷컴은 그럽허브를 교두보 삼아 미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그럽허브는 주당 75.15달러씩 받게 되며, 기업가치는 72억달러(약 8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맷 멀로니 그럽허브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닷컴 이사회에 합류해 북미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이처럼 음식배달업계서 M&A가 활발한 것은 시장 전망이 밝은데다 '승자독식'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금융그룹 UBS에 따르면 세계 음식 배달시장은 2018년 기준 350억달러(40조7000억원)에서 2030년께 3600억달러(419조원)로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음식배달업은 가맹점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데다, 한 지역당 한 업체만 살아남는 특성을 갖고있다.
이 때문에 유럽에 기반을 둔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닷컴이 미국시장에 단독으로 진출할 경우 후발주자에 머무를 위험 높다. WSJ은 이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닷컴이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선 현지 업체와 합병하는 것이 전략적 판단"이라며 "그럽허브 역시 규제당국의 문턱을 넘기 힘든 우버와의 합병보다는 유럽업체에 지분을 넘기는 것이 수월할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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