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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차터시티와 금융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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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차터시티와 금융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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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많은 도시는 '금융업'을 자신의 미래라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많은 원료와 에너지를 사용하는 제조업과 달리 깨끗하고 세련되면서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금융업은 매력적인 도시 산업이다.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유럽의 많은 도시가 자신들이 런던을 대체하는 EU의 금융 중심지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런던의 금융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금융 공기업의 이전지를 둘러싸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두가 원하지만 실제 전 세계적으로 금융업의 중심지로 꼽히는 도시는 매우 소수다. 미국 뉴욕, 영국 런던 그리고 홍콩 정도가 국제적인 금융 중심지로 꼽힌다.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비롯한 많은 도시가 금융업 중심지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아직 분명한 흐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금융의 본질은 '자유'에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더 많은 자유가 있는 곳으로 금융의 흐름이 집중되며 발전하게 된다.

자유 보장된 도시, 빠르게 성장
금융 흐름도 집중되면 발전

개인이 소유한 자본으로 할 수 없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일을 금융은 가능하게 한다. 사회의 자본을 효과적으로 동원하고 이를 통해 부가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사람들의 욕망을 허용하는 곳에서만 가능하다. 자유로운 생각과 활동이 허용되는 곳에서 새로움이 등장할 수 있으며, 이러한 역할은 언제나 도시의 몫이었다.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찾는 사람들은 도시로 이동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폴 로머 교수는 이러한 도시의 역할에 주목했다. 왜 어떤 국가와 지역은 성장하지 못하고 계속 낙후한 상태로 남는지에 관해 로머 교수는 도시화에 주목했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는 성장하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정체된 모습을 보여줬다. 로머 교수는 전통적으로 사용돼온 점진적 개발 정책은 오랜 시간과 과도한 노력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성공 가능성도 낮음을 파악하고 이를 대체할 전략으로 인위적인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로머 교수가 생각한 도시가 일반적인 신도시와 다른 점은 소속 국가의 제도를 비롯한 영향력을 배제하는 데 있다. 국가의 영토이지만 실제적으로는 별개의 국가처럼 운영되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법률과 제도 대신 선진국의 시스템을 이식함과 더불어 우수한 생활 인프라를 구축하고 혁신적 행정 서비스를 제공해 새로운 도시를 형성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주변 지역과 국가 전체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준영의 도시순례]차터시티와 금융허브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자유+영국식 시스템으로 운영
아시아 금융 중심지 된 홍콩이 대표적
최근 '보안법' 등에 위상 흔들

허황한 꿈 같은 이야기이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이러한 개념을 적용한 도시들은 존재했다. 이러한 도시들을 가리켜 차터시티(Charter City)라고 부른다. 차터시티라는 명칭은 영국 정치가 윌리엄 펜이 1681년 현재 미국 펜실베이니아 지역의 지배권을 획득한 후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해당 지역에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헌장, 즉 차터에 근거해 새로운 도시를 만든 데서 유래했다. 박해받지 않는 종교의 자유를 찾던 많은 사람이 이곳으로 이주했으며, 도시는 빠르게 성장해 초기 미국의 중심 도시로 성장했다. '자유'라는 추상적 가치가 도시를 만들어 성장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국가를 변화시킨 대표적 사례로는 홍콩을 비롯해 중국 최초의 특별경제구역으로 지정된 선전 등 여러 곳이 있다.


로머 교수에 따르면 차터시티가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존재한다. 첫 번째로는 국가의 기존 시스템과 분리된 별도의 시스템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곳으로 사람과 자본이 움직일 수 있는 익숙하면서도 효율적인 시스템의 이식이 우선 조건이다. 두 번째로는 우수한 생활 인프라와 개방적 이민제도를 통해 좋은 인적자원의 유입을 이뤄내야 하며, 세 번째로는 기업들의 유치와 원활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재정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소득세와 법인세 등은 낮게 유지하고, 차터시티의 유지에 필요한 재정은 토지임차료를 통해 확보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그리고 이러한 차터시티에 가장 잘 맞는 업종이 금융업임을 감안해보면 당연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자유로움이다. 홍콩은 이런 면에서 차터시티의 이상적인 표본이었다. 방임에 가까운 자유로움과 영국식 시스템에 의한 운영 그리고 폐쇄적이던 중국의 대외창구로서의 역할이 더해지면서 홍콩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 중심지가 됐다.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도 최근까지 이러한 역할은 변함없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은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홍콩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자유를 통해 성장해온 홍콩의 미래는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亞금융허브 도약
차터시티에 대한 고민해볼 때

홍콩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홍콩의 금융 허브 기능을 둘러싼 아시아 국가들의 경쟁은 유럽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치열해질 것이다. 제조업 강국이지만 금융은 취약한 우리나라에 홍콩의 변화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모습만 놓고 보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만약 우리나라의 일부 지역에 대해 홍콩의 기존 시스템을 적용하고, 홍콩인들의 자치를 통해 향후 30년 동안 운영되도록 보장한다면 어떨까? 자신들에게 익숙한 시스템이 유지되는 곳으로 기업과 인력이 유입될 수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금융 허브 기능의 강화로 연결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해당 지역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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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난 60년간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많은 예산과 노력을 기울여왔다. 법률 등 제도를 통해 많은 지원을 했으며 수도권의 성장과 발전을 눌러왔다. 더 직접적으로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을 이전시키고 새로운 도시를 만들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적극적이고 과감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지만 그 성과는 미약하다. 전국에 수많은 각종 특구가 지정됐지만 그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은 없다. 지역의 발전과 성장 그리고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대한민국을 원한다면 차터시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가 됐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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