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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블랙아웃, 3일이면 국가기능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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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블랙아웃, 3일이면 국가기능 마비? 블랙아웃 이전과 이후의 확연한 미국 대륙의 위성 사진. 블랙아웃으로 푹 꺼진 듯 사라진 미국의 뉴욕 지역(사진 오른쪽). [사진=국립재난안전연구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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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현대사회는 '초연결사회'라고 합니다. 초연결사회는 사람과 프로세스, 데이터, 사물 등이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연결된 사회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초연결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사회 인프라는 전력과 전력망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17년 실시한 에너지 총조사에 따르면, 국내서 소비하는 에너지 가운데 전력의 비율이 41.1%나 됩니다. 최근에는 더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전력과 가스의 생산은 물론 통신, 철도, 병원 등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국가기반시설은 대부분 전기를 에너지로 사용합니다.


다시 말하면, 초연결사회는 전기가 영원히 공급된다는 전제 아래서 성립되는 사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시나 국가처럼 넓은 지역의 전기가 한꺼번에 모두 끊어지는 '대정전' 사태인 '블랙아웃(Black out)'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도시는 물론이고 단 3일 만에 국가의 기능이 전부 마비된다고 합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2018년 예측한 '광역정전 발생 시 시나리오'에 따르면, 블랙아웃이 발생하는 즉시 전국 270만 개의 신호등과 가로등이 꺼집니다. 이어 철도와 지하철, 항만 등의 주요 교통시설도 중단되면서 전국의 모든 육상·해상 교통이 마비됩니다.


그 다음은 단수입니다. 블랙아웃 발생 1시간이 지나면 전국의 수돗물이 끊긴다는 말이지요.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을 가동하기 위해 펌프를 가동해야 하는데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펌프도 멈추고, 마실 물의 공급도 중단됩니다.


블랙아웃 발생 3시간이 되면 병원과 혈액원의 비상전력마저 끊깁니다. 이미 교통이 마비된 상태여서 혈액수급이 불가능해집니다. 아울러 대형병원의 중환자실, 응급실, 수술실 등의 의료기기도 작동을 멈춰 인공호흡기 등에 의지하고 있는 환자들의 생명은 위험해집니다.

[과학을읽다]블랙아웃, 3일이면 국가기능 마비? 블랙아웃으로 신호등이 모두 꺼진 도로 위에서 수신호로 차량통행을 지시하는 뉴욕 시민. 약탈과 방화를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저렇게 봉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블랙아웃 발생 7시간. 항공기 관제시스템이 마비돼 항공기의 이착륙도 불가능해져 항공교통도 끊어집니다. 고층 빌딩의 비상발전기도 한계에 달해 엘리베이터도 멈춰 손전등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합니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이 때쯤 냉장고의 식료품도 부패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식당과 상점, 은행도 모두 문을 닫아 식료품 등을 공급할 길이 없습니다.


블랙아웃 발생 10시간이 지나면 통신망이 마비됩니다. 전화와 TV, 라디오, 인터넷 등 재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모든 도구들이 먹통이 됩니다. 이 시간이 바로 블랙아웃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10시간 이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는 물론, 국가나 사회의 시스템 존치 여부가 판가름 납니다.


정부청사나 중요 기관의 전산망, 금융, 댐 가동 등 중요도 높은 국가기반시설의 기능 유지 여부 등을 결정하고, 24시간 이내에 모두 정상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블랙아웃 발생 24시간이 지나면 전력분담률 26.8%의 가스 시설이 중단됩니다. 이어 급속도로 중요 국가기반시설들이 붕괴됩니다. 블랙아웃 발생 48시간이 지나면 힘들게 유지해오던 석유시설과 중요 기관의 전산망과 금융도 마비되고, 블랙아웃이 3일을 넘기면 치안이 붕괴돼 국가는 기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2019년 3월 여러 차례에 걸쳐 약 3주간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추정되는 블랙아웃 사태를 겪었던 베네수엘라는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폭동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 7월 뉴욕에서도 약 5시간 정도의 블랙아웃이 발생했는데 신호등이 모두 꺼지는 등 도시 기능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블랙아웃이 시스템의 실수가 아닌 테러나 우주 전파로 인해 발생한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의 노력과 시스템으로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가장 큰 위협은 사이버 공격입니다. 2015년 우크라이나 키보브레네르고 발전소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약 3시간 동안 정전돼 8만여 가구가 정전 피해를 겪었습니다.


한국도 2014년 원자력발전소가 해커들의 공격을 받아 대외비 자료 등이 탈취됐지만, 다행히 원전 가동에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세계적으로 핵심 국가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 위협과 사회적 피해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사이버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블랙아웃을 막기 위한 각국의 사이버 보안은 점점 더 철벽화 돼 가고 있습니다.

[과학을읽다]블랙아웃, 3일이면 국가기능 마비? 태양 표면의 가스층이 폭발하기 직전의 모습. 초강력 태양폭풍이 지구로 닥치면 전 세계는 한 순간에 블랙아웃될 수도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우주 전파로 인한 정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태양 활동으로 인해 전력선 근처에서 자기장이 급변하면 전력선 내부에 전류가 생성되는 유도전류 현상이 일어나 변압기를 동시다발로 파손하면서 대정전이 일어나게 됩니다.


2003년 11월 남아프리카의 한 발전소 변압기가 손상됐고, 한달 전인 10월에는 스웨덴 원자력 발전소의 변압기 이상으로 30분 동안 정전이 되기도 했습니다. 1989년에는 미국 뉴저지의 한 발전소에서 변압기들이 손상돼 약 2600만 달러의 재산피해를 냈고, 같은 달 캐나다 퀘백주의 한 발전소의 송전시설이 망가져 9시간 동안 정전돼 600만명의 주민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사이버 공격과 우주 전파에 의한 블랙아웃 사태를 막기 위해 국가전력망과 주요 기관의 정보 보안관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하는 것 만으로도 테러나 우주 전파에 어느 정도는 대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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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블랙아웃 사태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 등에서 남미나 북미, 그리고 유럽 여러 나라들의 위기대응 수준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위기상황에서 그 나라를 흔들리지 않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둥은 현명한 정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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