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세포에 빛 비추면 기억력 상승' 원리 규명

Fas 수용체 활성화에 따른 신호전달과 조직 및 개체 수준에서의 효과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국내 연구진이 머리에 빛을 비추면 공간 기억 능력이 향상되는 원리를 규명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23일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사회성 뇌과학 그룹 허원도 초빙연구위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염증성 뇌질환이나 퇴행성 신경질환 등 여러 뇌질환과 관련된 'Fas 수용체 단백질'에 주목해 이같은 결과를 이끌어 냈다. 대뇌 해마(기억과 학습을 담당하는 영역)의 신경 재생에 Fas 수용체가 관련돼 있다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자세한 작동 원리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다.

연구팀은 청색광을 쬐어주면 Fas 단백질이 작동하도록 유도하는 '옵토파스(OptoFAS)' 기술을 개발했다. 빛에 반응해 구조나 활성이 변하는 광수용체 단백질의 유전자와 Fas 수용체 단백질의 유전자를 결합해 빛으로 Fas 단백질을 조절해 대뇌 안의 신호전달경로들을 활성화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통해 살아있는 생쥐 대뇌에 다양한 시간동안 빛을 쬐어 주면서 시공간적으로 Fas 단백질의 활성을 조절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대뇌 해마의 치아이랑에 존재하는 미성숙신경세포에서 옵토파스를 활성화시키고, 빛을 쬐어주는 시간 차이에 따라 미성숙신경세포와 신경줄기세포에서 각각 서로 다른 하위 신호전달경로가 활성화 됨을 관찰했다. 또한 이 현상에 특정 뇌유래 신경성장인자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복적으로 충분한 시간동안 빛을 쬐어주면 해마 치아이랑의 신경줄기세포가 증식하는 성체 신경재생이 관찰됐으며, 실험 대상 생쥐에서는 일시적으로 공간기억 능력이 향상된다고 규명했다.

허원도 교수는 "옵토파스 기술을 이용하면 빛만으로 살아있는 개체의 신경세포 내에서 단백질의 활성과 신호전달경로를 쉽게 조절할 수 있다"며 "이 기술이 뇌인지 과학 연구를 비롯해 향후 대뇌질환 치료제 개발 등에 다양하게 적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에 23일 오전 3시(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