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대변인, 브리핑 한 번 못해보고 경질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전 세계의 관심을 받는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존재감 없이 경질됐다. 재임 기간 브리핑을 단 한 번도 하지 못한 불명예도 떠안았다.

CNN방송은 7일(현지시간)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사진)이 9개월여 만에 물러나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보도했다.

그리샴은 멜라니아 여사의 대변인으로 백악관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6월 새러 허커비 샌더스 전 대변인의 사임 직후 백악관 대변인으로 전격 발탁됐다. 당시 대변인 돌려막기라는 평까지 나왔다.

CNN은 그리샴 대변인이 언론브리핑을 단 한 차례도 하지 못하고 물러났다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도 그의 경질에 대한 질문은 전혀 없었다. 그만큼 존재감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리샴 대변인도 고별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대변인실 직원들에게만 감사를 전하고 기자들에게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가 존재감을 보인 적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정상의 만남에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고 있는 방으로 미측 공동취재단이 들어가는 과정에서 북측 경호원들이 제지하자 실랑이를 벌이다 멍이 들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취재진을 위해 싸운 몇 안 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당국자"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의 후임에는 트럼프 대통령 재선캠프 대변인인 31세 충성파 케일리 매커내니가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대변인은 초대 숀 스파이서 전 대변인을 제외하고 세 번 연속 여성이 맡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조2000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경기부양 예산법 감사단 의장인 글렌 파인 국방부 감찰관 대행도 경질했다. 파인 대행은 야당인 민주당의 지지도 받은 인사지만 깜짝 교체됐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감독 없이는 특별감찰관이 의회에예산법안 감사에 대해 보고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