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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PC 그만?" 한국인, 왜 '정치적 올바름'에 분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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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 추구…한국인들 불만
전문가 "기울어진 운동장 받아들여야"

"과도한 PC 그만?" 한국인, 왜 '정치적 올바름'에 분노하나 한국계 미국 배우 산드라 오가 지난해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비벌리힐스의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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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인종차별은 동양인에게 제일 심한데, 왜 한국인은 '정치적 올바름'에 분노하는지 이해가 안 돼요."


최근 인종·여성·소수자차별이 전 세계적 문제로 인식되면서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비롯해 TV쇼, 드라마 등 'PC'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PC란 영어 Political Correctness의 약자로 정치적 올바름을 의미한다. 사회적으로 규정됐던 '정상성'을 깨뜨리고 백인 중심,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벗어나 평등을 추구하자는 움직임을 일컫는다. 이같은 움직임은 국내 영화, 출판업계 등 문화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측이 수상 후보를 공개하면서 또다시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후보로 지명된 배우 중 유색인종이 한 명도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누리꾼들은 'BAFTA는 백인 중심적'(#BAFTAsSoWhite)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비판을 이어갔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BAFTA는 미국 오스카의 주요 예측 변수로 여겨진다"며 "그러나 유색인종 배우는 단 한 명도 후보 지명을 받지 못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또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 2015년 흑인 여성 변호사인 에이프릴 레인이 SNS를 중심으로 '오스카는 백인 중심'(#OscarsSoWhite)이라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펼친 이후, 아카데미는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펼쳐온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남성·백인 중심적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후보는 모두 백인이면서 흑인 배우와 아시아계 배우를 내세워 후보 발표를 하도록 해 구색만 맞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일부 누리꾼들은 이같은 비판에 대해 "과도한 PC를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등을 위한 움직임이 오히려 기존 기득권에 대한 역차별을 유발한다는 주장이다.


한 누리꾼은 "시상식은 말 그대로 잘한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것"이라면서 "잘한 사람 중 백인과 남성의 비율이 높은 거다. 단순히 여성이나 흑인, 소수자의 비율이 적다고 그들을 후보에 끼워주거나 그들에게 상을 주는 것은 오히려 백인, 남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두고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인어공주' 실사 영화 주인공에 흑인 배우인 할리 베일리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논란이 불거졌다. 또 같은 해 흑인 여성 배우 라샤나 린치가 007 시리즈 '본드 25'의 주인공으로 낙점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반발이 거셌다.


당시 한 남성 중심 성향 커뮤니티 회원들은 "흑인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여자라니, 루머이길 바란다", "'블랙팬서'를 백인으로 캐스팅하면 흑인들 난리 칠 거면서 이게 역차별 아니냐. 흑인을 출연시키고 싶으면 기존 캐릭터를 바꾸지 말고 새 캐릭터를 만들어라" 등 비난을 쏟아냈다.


"과도한 PC 그만?" 한국인, 왜 '정치적 올바름'에 분노하나 아시안계 미국 배우 아콰피나가 지난 5일(현지시간)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사진=AP연합뉴스


또 다른 누리꾼들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비난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외에서 아시아계 배우의 경우 흑인, 히스패닉계 배우보다 더욱 차별받기 때문이다.


골든글로브는 지난해 76회 만에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에게 호스트 자리를 내어줬다. 당시 골든글로브 최초 아시아계 호스트로 나섰던 한국계 미국 배우 산드라 오는 BBC 드라마 '킬링이브'로 TV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아시아인 최초로 수상자와 호스트를 겸했다.


또 지난 5일(현지시간)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아시아계 배우가 최초로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 '더 페어웰'에서 '빌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아시아계 미국 배우 아콰피나(본명 노라 럼)가 상을 차지했다.


직장인 A(27) 씨는 "사실 해외에 나가보면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항상 제일 심각한 수준이다"라면서 "영미 문화권 시상식에서 인종차별 논란이 나는 것을 보면 항상 흑인 배우들에 대한 불합리를 지적하는 거다. 동양인의 피해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도 'PC 과도하다'라고 주장하는 한국인을 보면 이해할 수가 없다. 차별은 계속 언급하고 문제제기를 해야 개선된다"라며 "최근 '조국 사태' 등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공정성을 외치면서, 정작 공정과 평등을 추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화를 내는 게 정말 모순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정치적 올바름이 역차별'이라는 일부 주장은 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자신이 지배계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배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데올로기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라며 "그래서 그게 마치 보편인 것처럼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평론가는 "특히 한국 사회에서 남성의 경우 제1 시민으로 대우받고 살았기 때문에 1세계 백인 남성과 자신을 동일시한다. 언제나 자신이 주류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역차별론을 주장한다"며 "세계적으로 확대해보면 자신도 차별받는 동양인인데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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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현재 이미 사회는 기울어진 운동장이고, 차별의 결과로써 나타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쿼터제 등의 제도가 생겼다"면서 "그렇지만 차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젠더문제든 인종 문제든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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