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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B]동성 파트너와 동거 6년차 김찬영씨 "사소한 차별에 비참해지죠"

시계아이콘02분 37초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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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소수, 더 나은 비주류 세상을 위해

대학에서 성 정체화
'홍석천 커밍아웃' 큰 힘

2년 다녔던 회사에선 의문의 대상
'친구사이' 활동가로 어느덧 8년차

[사이드B]동성 파트너와 동거 6년차 김찬영씨 "사소한 차별에 비참해지죠" 김찬영(오른쪽)씨가 파트너와 함께 옥천에 있는 지인의 목장에 놀러 갔다가 둘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나무를 선물 받아 심고 있다. (제공=김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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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며칠 전 마트에서 찾던 물건을 발견해서 저도 모르게 '자기야 이쪽으로 와 봐'라고 말하면서 큰소리로 '자기야'를 외쳤는데 시선이 꽂히더라고요.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위축되는 순간들이 있어요."


시종일관 차분하고 담담한 태도로 인터뷰에 응했던 김찬영(35)씨는 순간 목소리 톤이 살짝 높아졌다. 성소수자 인권단체 '친구사이' 상임 활동가이자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가구넷)'에서 활동 중인 김씨를 만났다. 활동명은 '낙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무렵 주변 친구들과 다르다고 느낀 그는 대학에 오면서 정체화를 하고 그때부터 게이로 살기 시작했다.


'커밍아웃' 전까지 꽤 오랫동안 속앓이를 했다. 학창시절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면서 숨겨야 되는 사실은 아닐까 생각도 했었다고. 김씨는 "자연스러운 마음과 감정들을 숨기고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순 있겠지만 굳이 그렇게 해야 할까 생각했다"며 "중·고등학생 때 혼자서 정신분석 관련 책들도 보다가 인터넷 카페를 알게 되고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 하고 나 혼자만 겪는 문제로 여겨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홍석천 커밍아웃'이라는 큰 사건이 터지면서 긍정적인 기사화는 아니었지만 연예인 중에도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구나 인지할 수 있는 경험이 됐다"고 덧붙였다.


[사이드B]동성 파트너와 동거 6년차 김찬영씨 "사소한 차별에 비참해지죠"


부모님께 말씀 드리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서울에 올라와 친구사이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도 본가와 떨어지게 되면서 곧 말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부모님의 충격도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그의 어머니는 "내가 너를 임신했을 때 생 쌀을 그렇게 먹었는데 그게 문제가 된 것 같다"며 자책도 하셨다. 그는 "크게 내색하진 않으셨지만 대가 끊긴다는 불효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셨다"고 했다.


김씨는 부모님과 심각한 갈등은 없었다. 그는 "몇 년 후 부모님과 파트너와 함께 밥을 먹었는데 그 후 부모님께서 혼자 고생하는 게 아닌 것만 해도 다행이다. 그렇게 폐 끼치지 말고 살아라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김 대리는 왜 이렇게 여성스러워요?" "김 대리 손은 왜 그래요?" "김 대리는 왜 고기를 못 구워요?"


그는 회사 내에서 '의문의 대상'이었다. 대학 졸업 후 2년 정도는 일반 직장에도 다녔지만 수직적인 문화, 남성 사회 안에서만 통용되는 정서는 그를 괴롭혔다. 김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강도가 세고 이 문화에 나는 맞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며 "하나하나가 스트레스여서 이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 일을 그만뒀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신혼여행 간다고 5일씩 회사에서 휴가 받고 그러잖아요. 누구 결혼한다고 하면 또 돈 내고. 꼬박꼬박 떼어 가는데 돌아오는 건 없고. 작은 건데 화가 나요. 사람 비참하게 만들죠."


[사이드B]동성 파트너와 동거 6년차 김찬영씨 "사소한 차별에 비참해지죠" 2014년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찍은 사진 (제공=김찬영)


30대 중반에 들어선 김씨는 파트너와 동거 중이다. 20대 후반 만났던 4살 연하 파트너와 한 집 살림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로 6년차에 접어 들었다. 커플이 사는 곳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청년 행복주택으로 11평정도 되는 1인가구 임대주택이다. 작지만 옷방부터 주방, 화장실, 거실까지 갖춰져 있어 원룸 보다는 나은 환경이다. 옷방과 침실은 합치고 거실은 쉴 수 있는 독립적 공간으로 마련했다. 김씨는 "첫 살림은 원룸에서 시작했는데 두 명이 살다 보니 이사를 결심해야 했다"면서 "소득으로는 투룸 이상 전셋집 얻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운이 좋게 당첨돼 지난해 10월 입주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만약 신혼부부였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신혼부부로 행복주택에 당첨됐다면 지금보다 더 쾌적한 주거 환경에서 살았으리란 기대감 때문이다. 김씨와 그의 파트너는 각자 1인가구로 신청을 했고 각각 당첨됐다. 그는 "입주 통지서가 날아오는데 사전 방문을 할 때 당첨자 외 직계가족이 아닌 사람이 집을 보러 오는 것은 안 된다는 문구를 보고 당황했었다"며 "제도 속에서 우리를 위한 안전망이 전혀 없다 느끼니까 서울에서 사는 게이 커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상시적으로 불안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청년 세대를 신혼부부로 가기 위한 전 단계로만 보는 것은 아닐까요?"
누군가의 일상, 누군가에겐 시선을 견뎌내야 가능한 일

김씨가 현재 살고 있는 행복주택은 최장기간 6년 간 거주가 가능하다. 다만 결혼을 하게 되면 연장이 되고 신혼부부는 출산을 하면 또 더 살 수 있다. 그는 "동성혼만 인정되면 모두 부수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것인데 성소수자들은 서로에 대한 보호자 지위조차도 얻지 못 한다"며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소소한 권리들부터 어떻게 풀어 나갈 수 있을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성소수자들이 직접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사회적 지지도 얻고 있다. 레즈비언 커플이 결혼 전 예물을 준비하면서 편견 없이 반지를 맞췄다거나 당당하게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 동성부부가 항공사 마일리지를 합쳤다는 얘기들은 서로에게 힘이 되는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시선을 견뎌내야 가능한 일이다.


"늘 사소한 불편함이 있죠. 특히 여성 레즈비언 커플이 집을 구하러 다닐 때 '두 분이서 굉장히 친하신가봐요'라며 에둘러 말을 하지만 의심의 눈초리로 본다거나 하는…. 우리는 무의식적으로도 조심해야 한다는 게 현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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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무려 20년 전, 밀레니엄이 시작되던 2000년 9월 홍석천씨가 커밍아웃을 했다. 강산은 두 번이나 바뀌어서 공상과학만화 '우주의 원더키디'가 배경이 된 2020년이 됐지만 성소수자들이 느끼는 사회적 중압감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대한민국 헌법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여전히 성소수자는 제외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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