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국내 연구진이 디지털 엑스선 소스(X-ray)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120여년 만에 엑스선 소스가 2세대로 진화하는 것이다. 디지털 엑스선 소스는 방사선 노출을 절반 이상 줄이면서도 정밀하고 빠른 속도로 촬영할 수 있다는 강점도 갖췄다. 특히 일본산 부품을 쓰지 않아, 부품 국산화 및 글로벌 리더십 확보라는 성과도 거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탄소나노튜브(CNT) 기반 디지털 엑스선 소스를 개발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엑스선 소스가 2세대로 진화한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의료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엑스선 소스 장치들은 120년 전 빌헬름 콘라트 뤤트겐이 엑스선을 발견한 장치를 본 딴, 아날로그 엑스선 소스를 사용하고 있다.
120년 역사 엑스선 소스 디지털로 혁신
연구원은 탄소나노튜브 전계방출 전자원(源) 제작기술, 진공 밀봉 엑스선 튜브 설계 및 제작기술, 전계방출 디지털 엑스선 소스 구동을 위한 능동전류 제어 기술 등을 개발해 엑스선 소스의 디지털화에 성공했다.
특히 연구진은 탄소나노튜브 전자빔의 수명을 결정짓는 근원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어 특화된 고온 진공밀봉 기술을 통해 세계 최초로 상용 수준의 엑스선 튜브를 개발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도 지난 20여년 간 디지털 엑스선 소스를 개발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디지털 엑스선 소스는 기존 전자빔 발생 방식 대신 전기 신호를 이용한다. 탄소나노튜브로 구성된 전자원에 일정 값 이상 전기를 걸면 전자가 발생하는 현상을 착안해 엑스선 소스를 만들었다. 이 장치는 필요한 순간에만 전기를 걸어 엑스선을 방출하기에, 방사능 노출을 기존 기기 대비 최대 90% 수준(평균 50%)까지 낮출 수 있다.
특히 수백 나노초(ns) 수준으로 전류를 제어할 수 있어, 기존 아날로그 기기 대비 1만배 이상 빠른 속도로 정밀 촬영할 수 있다. 물체의 움직임에 맞춰 촬영 속도도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혈관 수술시 엑스선 영상 촬영의 잔상을 줄일 수 있어 보다 선명한 영상을 통해 수술할 수 있게 됐다. 크기도 AA 크기 건전지 정도로 줄일 수 있다.
엑스선은 의료진단과 산업용 제품 검사 등에 쓰이는 전자기파다. 엑스선을 만드는 소스는 주로 진공도가 높은 공간에서 높은 에너지를 지닌 전자빔을 금속과 충돌시켜 만든다. 이때 전자빔을 발생시키는 방법에 따라 엑스선 소스의 작동 방식이 결정된다. 기존에는 필라멘트를 2000℃의 고온으로 가열, 전자를 발생하는 방식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 방식은 불필요한 방사선 피폭에 노출될 위험이 있고 영상의 선명도나 검사 시간을 개선하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연구원은 현재 중견기업 2곳을 포함, 7개 관련 업체에게 디지털 엑스선 소스 기술을 이전했다.
기술이전 받은 치과용 진단 장비업체는 "그동안 일본 대기업으로부터 전량 수입하던 휴대 촬영용 엑스선 부품을 대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다른 업체는 "산업용 생산 라인에서 정전기를 없애주는 장비인 이온나이저(ionizer)를 디지털 튜브로 대체해 디스플레이 업체로부터 호평받았다"고 전했다.
과제 책임자인 송윤호 ETRI 소재부품원천연구본부장은 "오랜 기간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부품을 혁신적인 신기술로 대체함으로써 단순 국산화를 넘어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됐다"고 말했다.
김진성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방사선종양학과/의료기기산업학과 교수도 "ETRI의 기술로 엑스선의 정밀한 제어가 가능해 방사선 노출 걱정을 줄이면서 영상 특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뜨는 뉴스
연구원은 향후 이 기술을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 시스템에 적용할 계획이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