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3법, 9일 국회 본회의 통과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개인정보보호법ㆍ신용정보법ㆍ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이른바 '데이터 3법'이 9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개개인의 정보를 활용한 연구가 활발해지는 한편 보다 세분화된 금융상품이나 서비스가 나올 전망이다. 바이오헬스업계에서는 다양한 의료정보 등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충분한 안전장치가 없어 국민피해가 우려된다며 부정적으로 봤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처리된 데이터 3법 가운데 하나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처리한 '가명 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통계작성이나 연구 등을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 내용이다. 가명 정보라는, 새로 도입된 개념이 핵심이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상업적 통계작성이나 연구, 공익적 기록 보존을 위해 가명 정보를 신용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이용하거나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개인정보 관련 내용을 모두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이관하는 내용이다.
그간 제약바이오ㆍ의료기기 등 관련 업계에서는 데이터 활용을 어렵게 하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각광받는 인공지능(AI)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간 개인정보 활용이 쉽지 않아 산업발전에 발목을 잡는 만큼 규제개선이 시급하다는 논리였다.
영상진단 의료기기를 만드는 JLK인스펙션의 장진성 메디컬AI 부서장은 "개인 의료정보는 민감한 내용이기에 연구에 활용하는 데 제약이 많은 게 사실인데 데이터를 폭넓게 쓸 수 있게 되면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개인별 진료내역을 토대로 보험료를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등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빅데이터나 AI기술을 활용해 만성질환 관리나 의료진단 보조 서비스 기능을 꾸준히 가다듬으면서 비용절감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빗장이 풀리는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익명화한다고는 하나 정보를 취합해 개인식별이 충분히 가능한데다, 본인이 아닌 제3자가 각 개인정보에 관한 권리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와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오전 법사위가 열리기 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처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사위원인 채 의원은 이날 상임위에서도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개인정보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기업 측 요구에 호응하며 추진됐다"면서 "기업 이익을 위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민생법안으로 포장한 채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과 원칙마저 경제적 논리로 훼손하는 기본권 제한법, 개인정보 도둑법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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