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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진정한 '국민'연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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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진정한 '국민'연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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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른바 '의회 패싱' 문제로 법체계가 흔들린다는 우려가 많다. 국회가 만든 법률과 시행령 등 행정입법은 엄연히 그 성격이 다르다. 행정입법은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의 위임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범위를 넘어선다는 지적을 받는 시행령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자본시장과 상장회사의 경영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만 보더라도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의 시행령 개정안은 상위법인 자본시장법이 '5%룰'을 마련한 근본취지를 몰각시키고 있다. '5%룰'은 지분 5% 이상 보유한 대형 투자자가 지분을 늘려 경영권에 영향력을 높이려 할 경우 이를 신속히 시장에 알려 해당 상장사와 이해관계자들이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안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의 보고의무 항목과 형식을 대폭 완화하고 보고기한도 늘려주고 있다. 나아가 현재 '경영개입'으로 규정된 행위 중 정관변경, 배당정책 등을 제외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언뜻 '5%룰'과 관련된 기관투자가 모두가 대상인 듯 보여도 실상은 '자본시장의 왕'으로 군림하는 국민연금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기업 경영권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이달 현재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는 모두 716개사다. 이 중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기업은 19개사, 2대 주주인 기업은 150개사다. 국민연금이 5대 주주 이상인 기업은 총 266개사이며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도 273개사에 달한다.


시행령 개정안에서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이 없는 행위로 보려는 위법행위 유지청구권, 이사 해임청구권, 신주발행 유지청구권은 그 자체로 회사의 경영권과 자본금에 직접 영향을 준다. 이 안건들의 주주총회 상정 자체가 회사엔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경영자는 물론 수십년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를 하루 아침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 어떻게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이 없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보편적 지배구조를 위한 정관 변경 요청을 경영권 개입이 아니라는 부분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 우선 보편적 지배구조가 무엇인가? 이 같은 '불확정 개념'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시행령 개정안대로라면 국민연금 등이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회 내 배당위원회 신설 등을 보편적 지배구조라고 주장하면서 정관변경을 요구해도 경영개입이 아닌 셈이다. 상법에 따라 적법하게 집중투표를 배제하고 있는 회사도 피할 수 없다. 상법보다 국민연금의 요구가 더 강력해지는 꼴이다.


나아가 법체계상으로도 문제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147조 제1항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에 대해 '임원의 선임ㆍ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상위법에서 규정한 '임원 해임' '정관 변경'의 뜻을 시행령 개정으로 실질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법리상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첫째,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국민연금을 통해 정부와 시민단체, 정치권이 애초부터 경영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둘째, 경영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안정적 기업 경영을 도와야 한다. 취약한 국내 자본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경제상황이 나아질 수 있도록 해서 기업과 투자자들이 힘을 낼 수 있게 하고, 국민의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돈은 오로지 국민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은 국민연금이 언제 고갈될지 걱정이 크다. 우리 기업은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국민연금이 건강한 상장사에 투자하고 나아가 든든하게 응원해 준다면 국민 모두의 노후 자금이 지금보다 훨씬 더 넉넉해지고, 삶이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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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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