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일주일…해외 대출규제와 비교해보니
美 80%·홍콩 80~90% 등 제한…실거주자 피해 부른 12·16 대책은 과잉규제·재산권 침해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23일부터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에 시세 9억원 이상 주택 구입시 담보인정비율(LTV)이 종전 40%에서 20%로 축소된다. 시세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을 전면 금지한 12ㆍ16 대책의 일환이다.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LTV 0~20% 적용은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강력 대출규제라는 점에서 과잉규제 및 재산권 침해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 등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국의 주택담보대출시 LTV 상한선은 국내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LTV 상한은 80%다. 최근 주택ㆍ도시개발청이 종전 85%에서 낮춰잡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경우 LTV 상한은 85%다. 노르웨이의 경우 수도 오슬로에 2주택을 구입할 경우 LTV 상한을 60%로 제한한다.
네덜란드는 LTV 상한이 100%에 달한다. 이전에는 주택 구입시 집값 외에도 세금, 수수료 등 각종 부대비용을 감안해 LTV를 106%까지 인정했지만 2018년부터 100%로 하향했다. 최근 네덜란드 금융안정위원회(FSC)가 집값 과열을 우려해 LTV를 낮출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권고치 또한 90% 수준으로 높다.
홍콩의 LTV 상한은 80~90%다. 주택 가격에 따라 차이는 있다. 싱가포르는 1주택자는 75%, 2주택자는 45%로 LTV 상한을 묶었다. 중국은 집값이 높은 베이징, 광저우, 선전, 선양의 LTV 상한을 30~35%로 제한했다. 역시 서울보다는 높은 편이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전세계 곳곳에서 주택 과열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국내만큼 강도 높은 LTV 규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각국이 LTV 상한을 두는 추세지만 대부분 국내보다 규제 수위가 훨씬 낮고, 금융회사 자율로 LTV 상한을 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이번 12ㆍ16 대책은 국민의 재산권, 거주ㆍ이전의 자유를 침해하고 선의의 실거주자에게 피해를 주는 과잉규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출규제로 14억원짜리 주택 구입시 종전에는 대출가능금액이 5억6000만원이었지만 이날부터는 4억6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취득세, 부동산 중개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현금 10억원을 들고 있어야만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15억원 초과 주택을 구입하려면 빚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전액 현금 매입해야 해 1주택자의 '갈아타기'도 막혀버렸다.
설익은 대책을 내놓은 정부는 뒤늦게 정책을 뒤집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15억원 초과 아파트 전세퇴거자금대출을 허용한다고 했지만 '편법대출' 가능성이 지적되자 하루만에 뒤집고 금지한다고 밝혔다. 또 시세 15억원을 초과한 재건축 단지에는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다는 입장이었지만 12ㆍ16 대책 시행 전 착공 신고 단지,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단지에는 대출을 다시 허용키로 했다. 정부의 '갈지(之)자' 행보에 은행과 금융 소비자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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