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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아세안 활용법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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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아세안 활용법 2.0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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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안보 관련 정책연구원에서 일하는 필자는 가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동남아 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달라는 언론의 전화를 받는다. 동남아에 대한 우리 언론의 관심이 제한적이어서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예외도 있다. 동남아와 북한이 결부되면 수요가 폭발한다.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되었을 때와 북ㆍ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 베트남에서 열렸을 때가 그런 예외다. 그때마다 아세안 10개국은 북한과 한국 모두와 동시 수교한 국가들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듣는 사람들은 꽤나 놀라며 관심을 보인다. 북한-아세안 관계를 한국 사회가 잘 모른다는 증거다.


아세안 10개국은 모두 북한과 수교 관계를 맺고 있다. 몇몇 국가는 상호 공관까지 두고 있다. 북한 10대 무역국 안에도 아세안 2~3개국이 포함된다. 북한의 식당, 기업들도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에서 활동 중이다. 북한은 동남아 국가로부터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북한 노동자들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 파견되기도 했다. 북한 고위층 역시 동남아 국가를 종종 방문한다. 베트남 공산당, 라오스 인민혁명당은 조선노동당과 정기적으로 교류한다. 지리적으로도 멀지 않다.


역사적 배경도 있다. 냉전 시기 동남아와 북한은 제3세계의 비동맹운동 회원국으로 함께 활동했다. 아크멧 수카르노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과 김일성 북한 주석은 개인적 친분이 각별했다. 북한 지도자가 방문한 몇 안 되는 국가에 인도네시아도 포함된다. 캄보디아와의 특별한 인연도 눈에 띈다. 해외로 망명한 시하누크 전 국왕을 환대하고 그를 위한 별장까지 지어준 것도 김일성 시절의 북한이다. 태국은 북한을 아세안안보포럼(ARF)에 가입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국가다. 지구상 어떤 국가가 북한과 이 정도 긴밀한 관계를 가질까.


북한 입장에서 보면 아세안 국가들은 적대적이지 않은 중립적 국가들이다. 역사적으로 긴밀했고, 그 연결고리가 아직 남아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때마다 동남아에서 탈출구를 찾으려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뒤집어 보면 강대국도 아니고 직접 이해상관자도 아닌 아세안 국가들이 오히려 북한에 접근하는 효과적 통로가 될 수 있다. 비핵화와 개혁개방이 살길이라는 국제사회의 메시지를 우호적 충고의 형태로 북한에 전달할 수도 있다. 실제로 베트남은 이런 메시지를 최근 북한에 자주 전달했다고 한다. 한국이나 강대국의 충고는 북한의 반발만 낳는다. 비핵화를 넘어 북한의 실질적 변화, 그리고 한반도 통일로 가는 길에 아세안의 역할은 더 커진다. 북한의 경제적 개방을 상상해보자. 북한의 인프라를 감안하면 선진국 굴지의 기업이 아닌 아세안 기업들이 북한에 진출해야 시너지가 날 듯하다. 개방 혹은 체제 전환 후 법ㆍ제도 개혁도 이를 이미 경험한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의 교훈이 북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의 외교적 정상화는 지역 다자기구 참여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핵심 열쇠는 아세안 국가들의 초청과 동의 여부다.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실현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가용한 자원과 노력을 모두 끌어 모아 북한, 미국, 중국 등 주요 변수에 집중하고 있다. 집중도 좋지만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라는 물고기를 잡기 위한 그물을 충분히 넓게 펴고 있는가라는 의문도 든다. 북한과 아세안 국가 관계를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실현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건설에 아세안의 지지를 넘어 더욱 적극적으로 일정한 역할을 하도록 초대할 필요는 없을까. 그러면 신남방정책 추진도 더 탄력을 받지 않을까. 더욱 확실한 목표 달성을 위해 그물을 조금 더 넓게 쳐볼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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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신임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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