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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본 한일갈등]"韓日정치인 모두 어리석어…애꿎은 국민만 피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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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정치적 고향 시모노세키 등 가보니…부산發 페리선 한국인 발길 '뚝'
韓관광객 의존도 높은 지역 "日정부도 잘못" 볼멘소리
혐한 움직임 드러나진 않지만 관련 서적 꾸준히 베스트셀러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정부가 지난 7월1일 한국의 첨단산업을 타깃으로 한 경제보복의 포문을 연 지 1일로 3개월을 맞았다. 강 대 강으로 맞붙은 한일 갈등은 이제 경제 전면전을 넘어 반일, 혐한의 장기화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깊어진 갈등이 어디로 향할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시아경제신문은 총 6회(매주 화ㆍ금 게재)에 걸쳐 일본 현지 취재, 각계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한일 관계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일본에서 본 한일갈등]"韓日정치인 모두 어리석어…애꿎은 국민만 피해"(종합)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역구인 일본 혼슈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의 국제터미널 입국장 내부가 텅 비어 있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로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국제터미널 이용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다. 사진=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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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본 한일갈등]"韓日정치인 모두 어리석어…애꿎은 국민만 피해"(종합) 일본 혼슈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의 국제터미널 내부 식당에서 판매하는 음식 메뉴가 일본어와 한글로 적혀 있다. 사진=정현진 기자


[도쿄·시모노세키(일본) =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나고야(일본) = 김흥순 기자] "문재인 정부가 한일 관계 악화를 조장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가 하는 정책들도 잘못됐죠."


지난달 말 일본 혼슈 야마구치현 맨 아래 자리 잡은 시모노세키에서 만난 40대 여성 나아키 무츠에씨는 "서로 유치하게 기싸움하고 있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최근의 한일 관계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얼마 전 한국 여행을 다녀왔다는 나아키씨는 "여행 중 건물 회전문에 부딪혀 머리에 멍이 들었는데, 일본에 돌아왔더니 주변 사람들이 한국인에게 맞았느냐고 묻더라"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관계마저 악화하니 이 같은 말까지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시행 3개월을 앞두고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시모노세키를 비롯해 도쿄, 나고야 등 일본 주요 지역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현지 주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현재 양국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을 '정치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시모노세키는 아베 총리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이곳 주민들은 양국 정부가 정치이슈를 둘러싸고 자존심 싸움을 하는 사이 정작 민간 교류가 타격을 입었다며 한목소리로 우려를 전했다.


시모노세키의 한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는 "한일 관계 악화로 이 일대 숙박업계가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한국에 대한 생각이 나빠진 건 아니다. 다시 한국인들이 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70대 일본인 남성은 "양국이 서로 우호 관계를 유지해야하는데, 일본 정치인도, 한국 정치인도 어리석어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일본에서 본 한일갈등]"韓日정치인 모두 어리석어…애꿎은 국민만 피해"(종합)


한일 갈등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치적 고향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었다. 시모노세키의 관문인 국제 터미널에서 이같은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잇는 페리 노선이 운영되고 있는 시모노세키 국제 터미널은 후쿠오카 등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의 주요 입국 통로다. 터미널 내부 정보에 정통한 현지 소식통은 "이전에는 하루에 입국하는 한국인이 400~500명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적으면 30명, 많으면 120명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 측 페리 운영사인 관부훼리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일 간 갈등이 발생하거나 양국에 큰 사고로 관광객이 일시적으로 줄더라도 약 두달 정도면 회복됐었다. 이번에는 좀 길어지는 편"이라며 빠른 시일 내 양국관계가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시모노세키 시내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도 "택시를 타는 관광객이 많이 줄었다"면서 "(현재의 관계 악화는) 일본 정부에도 잘못이 있다. 서로 양보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야마구치현은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 가량이 한국인일 정도로 한국인 의존도가 높다. 다만 아베 총리의 시모노세키 지역구 사무실 관계자는 이 같은 비판 여론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국과의 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관계가 비틀어진 것 같다"고 책임을 돌렸다.


한일관계 악화가 가져온 파장은 수도 도쿄 곳곳에서도 확인됐다. 한국 관광객이 집중되는 도쿄의 신주쿠, 아사쿠사 등 기자가 방문한 곳마다 급감한 한국인 관광객으로 울상을 짓고 있었다. 평일이긴 했지만 기자가 사흘간의 일본 취재기간 동안 거리에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은 단 2명에 불과했을 정도다.


도쿄 신주쿠역 인근의 프린스호텔 관계자는 "최근 2~3개월 내에 한국인 관광객이 70%나 줄었다"면서 "(상황이 장기화하면) 매출에 분명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주쿠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은 "한국에서 일본 여행을 많이 취소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좀 무서웠다"면서 "당초 이번달에 한국 여행을 가려 했으나 일단 취소하고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갈 생각"라고 말했다. 일본 관광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달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나 줄었다.


도쿄, 오사카에 이어 일본 3대도시인 아이치현 나고야 역시 한국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나고야 사카에 지역의 현지 음식점의 한 종업원은 "한국인 손님은 2주 전 2명이 와서 식사를 하고 간 게 마지막"이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예전 같으면 한국 손님들의 주문을 받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고 한다. 그는 "9월에는 한팀이 다녀간 게 전부다. 아무래도 한일 관계 때문에…"라며 말을 흐렸다. 실제로 나고야 시내 대형 백화점과 쇼핑센터, 전통 관광지, 상업지역 등에는 여행가방을 든 유럽과 중국인 관광객은 많았지만 한국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카에 지역의 한 관광호텔 직원은 "7~8월까지는 업무나 여행 목적으로 한국 고객이 많았지만 9월 이후에는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호텔측은 한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한국어 안내서도 치운 상태다.


[일본에서 본 한일갈등]"韓日정치인 모두 어리석어…애꿎은 국민만 피해"(종합) 일본 도쿄 중심가인 신주쿠의 한 대형서점 사회ㆍ정치ㆍ법률 코너에 한일 관계 관련 서적이 진열돼 있다. 표지에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이 들어간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일본대사의 저서 '문재인이라는 재액(災厄)',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다' 등이 눈에 띤다. 사진=정현진 기자


우려했던 혐한(嫌韓) 움직임은 크게 확인되지 않았다. 현지에서 만난 교민들은 한국에서 이른바 'NO재팬' 움직임이 나타났던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한국을 비판하는 여론이 공개적으로 확산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는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지 않으려하는 문화 여파도 있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다만 일본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한 대형 서점에서는 한국을 비판적으로 다룬 서적들이 쉽게 눈에 띠었다. 서점 관계자는 한일 관계 관련 코너에서 보수 월간지인 월간 하나다의 '한국이라는 병',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이 표지로 담긴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일본대사의 저서 '문재인이라는 재액'이 최근 잘 판매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한일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책 판매가 늘었다"고 첨언했다. 두 책은 해당 서점의 사회ㆍ정치ㆍ법률 분야 베스트셀러 2, 3위에 올라 있었다. 취재 도중 30대로 보이는 한 일본인 남성이 무토 전 대사의 또 다른 저서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다'를 구매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사회ㆍ정치ㆍ법률 분야 베스트셀러 13위에 오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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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팬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중학생 마오 우하야마(16)양 역시 "한국 사람은 좋지만 한국 정부는 나쁘다고 생각한다"면서 한일 관계 악화가 정치인들 간의 문제라고 밝혔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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