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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日논리 역이용…"화이트리스트 제외, 감정적 대응 아냐"
최종수정 2019.08.13 15:53기사입력 2019.08.13 11:29

산업부, 文대통령 발언과 엇박자 지적에 적극 해명

"일본 부적절 수출통제 등 객관적 사실에 따른 이성적 판단"

석유·반도체 타격 분석 속 실제 적용 여부 지켜봐야

외교부 "국제 여론은 우리 쪽으로 기우는 추세"


韓, 日논리 역이용…"화이트리스트 제외, 감정적 대응 아냐"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박소연 기자, 김동표 기자] "고시 개정안은 객관적 사실에 따른 조치로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 우리의 대응이 감정적이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 1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방침을 밝혀 청와대와 엇박자를 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산업부가 적극 해명에 나섰다.


산업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선 안 된다"며 냉정한 대응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결기를 가지되 냉정하면서 근본적인 대책까지 생각하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감정 자제를 당부한 날 산업부가 일본에 대한 맞대응 조치를 밝힌 격이어서 일부에서는 엇박자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과도한 해석'이라며 선을 그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13일 "대통령의 발언은 근거 없는 감정적 대응을 자제할 것을 주문한 것인데 고시 개정안은 객관적 사실에 따른 조치로 지극히 이성적인 판단"이라며 "또 일본이 3개 품목을 콕 집어 규제를 강화한 것과 달리 우리는 개별 품목을 지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日 논리 역이용한 韓= 우리 정부는 이번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하며 앞선 일본의 조치를 거울삼아 이를 역이용했다. 당초 수출허가지역 구분에 '다 지역'을 신설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대신 가 지역을 가의1, 가의2 등 2개 지역으로 세분화해 일본을 가의2 지역에 포함시켰다.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와 비(非)화이트리스트로 나누던 수출 허가 지역을 AㆍBㆍCㆍD로 분류하고 우리나라를 B지역에 넣은 것과 비슷하다.


이번 조치가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관건은 조치의 실효성이다. 전문가들은 대(對)일본 수출 1위 품목인 석유제품과 글로벌 점유율이 70% 이상인 반도체 D램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정제유와 반도체 등 대일본 수출이 많은 품목이 수출 규제 항목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D램 반도체의 경우 전략물자에 포함되기 때문에 규제 가능성이 있으며 일본 산업에 대한 파급력도 크지만 실질적으로 규제가 될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이 일본에 수출한 석유제품 규모는 52억1400만달러 수준으로 대일본 수출 품목 1위다. 석유제품의 경우 전 산업 분야에서 쓰는 원료로 타 국가로부터 대체할 수 있지만 일본 산업에 일시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철강판과 정밀 화학 원료에 이어 4위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연간 12억3800만달러 규모로 일본에 수출된다. IT산업 핵심 부품으로 수출 규제 시 파급 효과가 큰 품목이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향후 일본의 대응 수위를 보면서 수출 제한 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일본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을 선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고시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일본의 부적절한 수출 통제의 구체적 사례는 밝히지 않으며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일본 정부의 협의 요청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다시 한 번 대화 의지를 밝혔다. 부적절한 사례를 국제사회에서 밝힐 수 있다는 카드를 남겨둔 셈이다. 정부는 한일 갈등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서는 한일 당국 간 협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입장이면서도 일본을 협상장으로 유인하기 위해 국제무대에서 대일 여론전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외교부 "국제 여론은 한국 쪽"= 여론의 추는 한국 쪽으로 기우는 추세라는 것이 외교부의 판단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측의 빈약한 논리는 블룸버그나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도 지적하고 있다"며 "이는 일본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도 일본은 이를 부인하는 상황"이라면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경제적 수단을 이용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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