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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개의 밤이 깊어지고/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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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코를 곤다 울면서 잠꼬대를 한다 사람의 꿈을 꾸고 있나 보다 개의 꿈속의 사람은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개가 되는 꿈을 꾸고 울면서 잠꼬대를 하는데 깨울 수가 없다


어떤 별에서 나는 곰팡이로 살고 있었다 죽은 건 아니었지만 곰팡이로서 살아 있다는 것이 슬퍼서 엉엉 울었는데 아무도 깨울 수가 없었다


개는 나를 바라보는데

깨울 수가 없었을 것이다



[오후 한 詩]개의 밤이 깊어지고/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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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자고 있다. 코를 골면서 자고 있다. 코를 골면서 자다가 낑낑 잠꼬대를 하고 있다.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걸까. 혹시 "사람의 꿈"을 꾸고 있는 걸까.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개가 되는" 그런 꿈. 그런데 혹시 나는 나비가 꾸고 있는 꿈은 아닐까.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어쩌면 하루 종일 팔랑팔랑 날아다니다 메꽃에 앉아 잠시 졸던 나비의 잠 속은 아닐까. 개는 그런 나를 차마 "깨울 수가 없었을 것이다". 슬프든 행복하든 꿈속이든 꿈 밖이든 일생은 도무지 갸륵할 따름이다. 갸륵해서 다만 물끄러미 바라볼 따름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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