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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속임수 대북 차관, 책임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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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속임수 대북 차관, 책임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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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의 하노이 담판은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하고 끝났다. 그래도 '배드 딜(bad deal)'보다 '노 딜(no deal)'이 낫다는 일말의 안도감은 있다. 지난해 3월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년 이내 비핵화를 하겠다고 약속했다'라고 밝혔다. 지금 김 위원장의 약속은 흘러간 옛 노래를 하나 추가하는 것일 뿐이다. 처음부터 북한의 약속을 믿은 우리가 잘못이다. 북핵 위기 3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북한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은 것이 북핵 위기를 증폭시킨 근원이다. 즉 '핵 개발 무의지ㆍ무능력' '자위용' '대미 협상용' 등으로 용어를 바꿔가면서 북한의 주장에 동조ㆍ옹호해왔다. 심지어 핵 개발이 된다면 책임지겠다고도 했다. 이처럼 우리 스스로 북한의 핵 개발을 방조ㆍ지원하면서도 북한 경제 지원 방안을 찾기 위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 대해 '전쟁과 평화의 프레임 덧씌우기'로 여론을 잠재우기도 했다. 하지만 막대한 경제적 지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정부는 무상 지원 방식에서 차관(借款) 형식의 지원 방안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것도 유상 차관의 대북 지원이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환받을 수 있다는 논리로 비판 여론을 비켜갈 수 있었다.


유상 차관 논리로 대북 지원의 물꼬가 열렸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북한에 제공된 대북 차관은 총 9억3294만달러(약 1조589억원)다. 식량 지원을 위한 식량 차관이 7억2004만달러, 경공업 생산을 돕기 위한 차관이 8000만달러, 경의선ㆍ동해선 북한 지역 철도ㆍ도로 및 역사 개ㆍ보수 공사를 위한 자재ㆍ장비 차관이 1억3290달러 등이다. 남북은 대북 차관을 제공할 때 5년 또는 10년 거치, 10년 또는 20년 분할, 연 1.0%의 이자 지급과 2.0% 또는 4.0% 지연배상금의 상환 조건에 합의했다. 이 조건에 따라 식량 차관은 2012년부터, 경공업 차관은 2014년부터 원리금 상환 기간이 도래했다. 자재ㆍ장비 차관은 아직 상환 기간이 도래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 중 경공업 차관에서 2007년 단지 240만달러를 현물로 상환하는 데 그치고 있다. 2019년 2월까지 만기가 도래했지만 상환받지 못한 금액은 1억7544만달러(약 2342억원)다. 앞으로도 상환받아야 할 금액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채무 상환 미이행에 대해 강제할 어떤 수단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은 계약 내용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알 수 있다.


정부의 조치는 2012년 처음 연체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총 48회의 상환 독촉 공문을 북한에 보내는 데 그치고 있다. 수차례의 각종 남북회담이 있었지만 정부는 북한에 채무 상환을 강력히 요구하기보다는 남북 관계 발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북한 지원 방안을 찾는 데만 열중하는 모습이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설도, 남북 철도 연결도 혈세 낭비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의 산물들이다.


대북 차관이 제공될 당시 이미 북한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였다. 대북 차관도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었다. 이런 명약관화한 사실을 무시하고 정부는 대북 차관을 강행했다. 즉 '어떻게 상환받을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여론의 뭇매를 피하면서 지원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 잘못된 정책이었다. 정부가 채무이행을 강제할 어떤 방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대규모 차관을 제공해 혈세 낭비를 초래한 협상 태도도 비판받아야 한다. 이런 북한의 현실을 무시하고 혈세 낭비의 정책을 강행한 것은 분명한 정책 실패다.


심각한 문제는 정책 실패에 대해 어떤 정책 결정자도 책임지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정책 실패를 무책임과 침묵으로 덮을 수 없고, 덮어서도 안 된다. 정책 실패에 대한 도덕적 책임뿐만 아니라 국가 재정 손실에 대한 변제 책임도 물어야 한다. 또 정책 실명제를 통해 정책 실패를 차단하고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재발 방지책도 강구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 실패를 방지하고 건강한 남북 관계의 토대를 구축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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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기 국민대 초빙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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