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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서울패션위크에 필요한 베네통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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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서울패션위크에 필요한 베네통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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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장윤주가 동대문에 떴다. 1955년생 간지 할아버지 모델 김칠두도 런웨이를 누빈다. 국내 1호 혼혈 모델 한현민도 블랙 팬서가 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접수한다.


지난 19~24일 열린 2019 서울패션위크 광경이다. 참여 디자이너들만 해도 막시제이 이재형 등 텐소울 10명, 해외 공식 멘토 12명, 차세대 디자이너 20개 브랜드 등 수십여 명을 헤아린다. 포토그래퍼, 스타일리스트, 바이어 등도 인산인해를 이뤄 뉴욕, 밀라노를 추격하는 패션계 월드컵 포스를 물씬 풍기기도 했다.


실제로 20만여 국내외 패피(패션 피플)들이 운집해 스마트폰이 닳게 찍어대며 동대문을 헤집고 다녔다. 대략 4만3000명이 프레스를 포함한 쇼를 관람한 열혈 고객이다. 이들 주연, 조연, 구경꾼, 아마추어야말로 패션, 뷰티산업을 떠받치는 산업화 자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번 2019 서울패션위크는 뭔가 휘청댔다. 예산도 줄고 대형 협찬도 끊겨버렸다. K패션의 진격을 코앞에 두고 한풀 꺾여버린 모양새다. 주최 측이 온라인 편집숍과 우수 대학생 패션쇼를 추가했지만 긴축과 위축은 어쩔 수 없었다.


2000년 뉴 밀레니엄에 맞춰 제1회 서울컬렉션으로 시작해 올해로 19회째, DDP 기점 10회째를 맞는 한국의 자랑 서울패션위크에 돌연 역풍이 불어왔다. 화사한 에너지로 모인 수많은 패션 지망생, 미래 종사자들에게는 큰 혼돈이 아닐 수 없다. 직접 원인은 헤라 브랜드 협찬 중지와 총감독 퇴장 박두였다. 매년 약 10억원을 댔던 아모레퍼시픽이 5년 만에 빠졌고 정구호 총감독은 올해로 임기를 마치게 돼 분위기가 무거웠다. 헤라가 패션과 뷰티를 잇고 브랜드 KUHO로 유명한 글로벌 리더 정 총감독이 신진 디자이너들을 발굴해온 추동력이 일거에 사라질 중차대한 위기가 현실화했다.


뉴욕, 파리, 런던, 밀라노에 이은 세계 5대 패션위크로 도약하겠노라는 서울시의 비전이 헛헛하리만치 싸한 느낌이다. 공든 탑이 바로 여기 있고 고지가 바로 저긴데 더 높고 웅장한 미래상이 깨끗하게 내다보이지 않으니 답답하다.


큰 과오는 톱다운(top down)에 있다.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기획하고 운영하고 주최하는 톱다운 방식이 10년 이상 지속함에 따라 기어코 나타난 정체성 위기라고 하겠다. 사실 초창기에는 DDP를 맡은 서울시가 패션 콘텐츠 또한 주도할 수밖에 없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중앙 부처가 해오던 대로 진흥원을 만들어 관 주도의 톱다운으로 초기 셋업을 완수한 것까지는 괜찮았다. 허나 그 유예 기간이 적정 수준을 넘어 두 자릿수로 들어서자 구심점도 잃고 협찬사도 떨어져 나가는 돌발 상황이 찾아오더라는 얘기다.


톱다운 자체는 그냥 나쁜 지배구조에 해당할 뿐이다. 서울시가 무조건 다 책임져야 하는 건 아니다. 민간 역량이 공공 부문을 교체할 자생력이 취약하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따라서 서울패션위크가 쌓아올린 금자탑을 흔들고 있는 나쁜 단점의 요체를 투시해내야 한다. 산업 자체의 본원적 핵심 역량에서 막힌 곳, 뚫을 곳을 찾아보자.


도달한 결론은 산업화로 크게 꽃피워야 할 수익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사실이다. 서울패션위크는 한 주 동안 떠들썩하게 이목을 끌긴 해도 파워 브랜드를 남기고 유행을 선도해 세계만방에 떨칠 이미지 세팅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지 세팅이란 유나이티드컬러즈오브베네통, 세계적 브랜드 베네통의 시크릿 활동에서 따온 개념이다.


베네통 스스로가 못 만드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퍼올리는 우물로 연구 실험실 겸 학교인 파브리카를 만들어 이로부터 제품화까지 추동하는 힘. 그것이 이미지 세팅이다. 25세 미만 전 세계 젊은이 아마추어들을 뽑아 최고급 실습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과 협업해 세상에 둘도 없는 패션, 뷰티 상품 개발을 진행하는 노하우다. 패션, 뷰티, 미디어, 콘텐츠 전 영역을 통틀어 가장 진취적인 특수 전법으로 평가받는 베네통의 이미지 세팅. 이런 한 방이 있어야 서울패션위크도 날개를 달 수 있음인데 그러질 못했다. 오랫동안 톱다운에 절어 있다 보니 오로지 이벤트만 붙들고 앉았더랬다. 행사 이벤트 치러 버릇하다 보니 산업체와의 진득한 관계는 불가하고 홍보 목적으로 명망가에만 의존하다 무너지게 생겼다.


지금이라도 서울패션위크가 톱다운 이벤트와 결별하고 연구개발(R&D), 실험을 하고 산학협업으로 패션과 뷰티, 콘텐츠가 어우러지는 혁신적 이미지 세팅을 항상적으로 실행해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베네통처럼 내실 있는 이미지 세팅으로 실속을 차리는 히든 챔피언 기업을 더 탐했으면 한다. 돈을 벌어주고 고용하는 주체는 영속하며 성장하는 기업이지 현란한 이벤트 한두 차례가 아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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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한국문화경제학회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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