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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영세 사업자·서민만 울리는 모바일 인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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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영세 사업자·서민만 울리는 모바일 인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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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지원,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100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178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한다.


정부, 여당은 대기업과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각각 법인세와 소득세를 올려 이를 충당하려 했으나 세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부족한 세수확보의 일환으로 지난 30일 인지세법령을 개정해 모바일 상품권에 대해 인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그런데 모바일 상품권에 대한 인지세 부과 추진은 커다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인지세'는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타인을 위해 공적(公的) 사무를 제공하고서 그 보상으로 징수하는 요금으로서 일종의 수수료에 해당된다. 지류(종이) 상품권은 상품권을 현금화한 뒤 음성자금으로 악용되거나 위조의 위험성이 높아 한국조폐공사가 발행한다. 그리고 이러한 발행 수수료 명목으로 백화점이나 구두 제조사 등에서 국세청에 인지세를 내는 것이다.


반면 모바일 상품권의 유통에는 유통플랫폼(카카오,SK플래닛, KT엠하우스, G마켓 등)과 상품 판매사(쿠폰 발행사), 쿠폰 중개업체만 관여한다. 정부는 어떤 역할도 하지 않는다. 모바일에서 결제 및 유통과 사용이 이뤄지기 때문에 모든 발행과 유통 과정이 전산 기록에 남고 투명하게 관리되므로 정부가 발행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

지류 상품권과 마찬가지로 인지세를 부과하는 것은 조세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세형평의 기본이념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다. 모바일 상품권과 지류 상품권은 전혀 다른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모바일 상품권에 인지세를 부과하는 것은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으로서 조세형평을 완전히 위반하는 것이다. 국가가 전혀 개입할 여지가 없는 영역에 대해 인지세를 부과하는 것은 국가가 제공한 공적사무에 대한 수수료라는 인지세의 기본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제 막 지펴진 신 시장을 독려하기 보다는 정당성 없는 증세로 찬물을 부어 위축시키는 정부정책도 이해하기 어렵다. 모바일상품권으로 인해 쿠폰발행사ㆍ중개사(카카오 및 중소 쿠폰사 50여 개)라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다. 지금도 중소 쿠폰사업자들은 출혈경쟁에 따른 낮은 마진을 극복하기 위해 신상품 발굴 등 다양한 사업모델을 모색 중이다. 여기에 인지세 부담까지 가중될 경우 매출에 타격을 입어 모바일 상품권 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 후생에 대한 고려가 배제되었다는 것도 큰 문제다. 모바일 상품권은 대부분 3만원 미만의 소액이며, 커피ㆍ케이크ㆍ편의점 등 생활 밀착형 물품 교환용이다. 소비자 역시 고소득자가 아닌 일반 서민이 대다수다. 인지세 부과는 모바일 상품권 금액 인상을 초래하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모바일 백화점 상품권의 경우 지류 상품권으로 교환한 뒤 사용 가능하다. 이럴 경우 인지세를 이중으로 납부하게 된다. 이중과세를 당하게 되는 셈이다.


과거 프랑스의 국왕 루이 16세가 삼부회를 소집해 세금을 올린 것이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9세기 말 당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황소의 난' 역시 국가가 소금 전매를 통해 민중을 수탈해 일어났다. 증세, 특히 서민이나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증세는 민생과 직결되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모바일 상품권마저도 증세의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정부의 안이한 시각이 매우 우려스럽다. 모바일 상품권 인지세 부과 추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정책의 추진을 재고하기 바란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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